"대구 문화예술계, 끊임 없이 움직이고 있어…청년-중견 사이 작가 지원책도 필요"
"문화예술 정책들, 현장에서 출발해야…
예술인들의 생각과 지향점을 우선으로"
재개발을 위해 모두가 떠나간 폐허 같은 공간, 그곳에 남은 것은 삶의 흔적 뿐이다. 신축 아파트에서는 보기 힘든 작은 나무 다락이나 파란 물탱크, 벽에 키를 잰 표시 등.
미디어아티스트 오정향(47) 작가는 이러한 공간의 기억들을 소환해 작품 속에 배열한다. 공간은 다르지만 왠지 모를 친숙한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른바 기억의 재생을 주제로 작업한다.
그의 작업 도구는 붓과 캔버스가 아닌 컴퓨터다. 영상뿐 아니라 영상과 설치가 결합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나아가 융복합 문화예술 연출 및 전시 기획 등으로 활동을 넓혀나가고 있다.
다른 미술 분야와 달리 기술을 함께 다뤄야 하는 그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와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결합지원'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대구의 문화예술 관련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했다.
"기존 문예진흥사업 외에 기술융합 등 새로운 장르들의 공모가 생겨나고, 도전해볼 기회가 많아졌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예술발전소 한 공간을 미디어랩으로 바꾸는 등 그걸 구현할 수 있는 공간도 생겼죠. 예술인들이 좀 더 활발하게 뭔가를 시도해볼 수 있도록 기관에서 먼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사업을 만들기도 하며 대구의 문화예술계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만 그는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현재의 전시 방식 등에 대해 좀 더 세밀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공모 등을 통해 작가들에게 장을 마련해줘도 그것이 단발적인 프로젝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어 사업 성과물과 작가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소통하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했다.
어느덧 4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재작년 대구미술관을 비롯해 수많은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그이지만 모든 것이 안정적이지만은 않다고.
그는 "미술 작가의 경우 신진-청년-중견-원로 이렇게 구분되고, 각 시기마다 육성·지원책들이 많은 편"이라며 "헌데 청년기 마지노선인 40세 이후부터 흔히 우리가 중견 레벨이라고 부를 수 있는 50대까지 그 중간에 끼인 작가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에는 속하지 못하고 중견에 들어가기엔 애매한, 그 연령대의 작가들이 작품 세계를 지속할 수 있는 지원책이 부족하다. 물론 지원사업에만 의존해서는 안되지만 한 번씩 정말 깊은 골짜기를 만난 적 같은 느낌이 든다고, 동료들과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청년 때 씨를 뿌리고, 중견에 꽃을 완전히 피우는 시기라고들 하죠. 제가 속한 40대는 싹을 틔워야 할 때입니다. 나무의 새순이 돋아나는 시기에 어느 때보다도 많은 양분이 필요하고 고통이 따르는 데, 그것을 위한 제반 마련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은 느낌이예요."
청년기에 쌓아온 스피드를 동력 삼아 힘껏 뛴다해도 그 깊은 골짜기를 뛰어넘는 것은 어려울 터. 그는 "이제 그 정도 나이대가 됐으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예술계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청년기가 지나서야 겨우 작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40대에 스타트 라인에 서게 되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고 10여 년의 시간을 버텨내며 중견의 대열로 진입하는 과정에 서 있는 지금, 활동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이처럼 작가는 문화예술 관련 정책 제정 등 어떤 일이든 현장이 제일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운드테이블이나 간담회 등 현장의 얘기를 반영하는 기회가 많지만, 그보다 앞서 현장 자체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것.
그는 "예술인들의 얘기를 무조건적으로 다 들어주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떤 것을 만들 때 실제로 그것을 실행해나갈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 지를 최우선 사항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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