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Deep Seek)가 개발한 저가형 인공지능(AI) 모델이 산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딥시크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뚫고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것처럼 기술 자립화에 탄력이 붙은 중국이 세계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산 HBM 성장 촉진?
최근 딥시크가 발표한 최신 추론 AI 모델 'R1'의 개발 비용은 557만6천달러(약 80억원)로 약 2천개의 중국용 엔비디아 AI 가속기 'H800'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사양 칩을 활용해 챗GPT와 맞먹는 성능을 구현해 관심을 끌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저사양 칩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국의 추가 제재가 중국 업체들의 자립도를 높여 차세대 HBM 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중국 메모리 업체 CXMT(창신메모리)가 최신 D램 DDR5를 시장에 내놓거나, 2023년 9월 화웨이가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 7나노 공정에서 제조된 칩셋을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업체들보다 HBM에서 두 세대 이상 뒤처진 중국 업체들이 HBM3 양산을 본격화할 경우 엔비디아 GPU에 탑재될 수 있고, 나아가 중국이 HBM3E, HBM4를 만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실적 설명회에서 딥시크발 충격과 관련해 "GPU에 들어가는 HBM을 여러 고객사에 공급하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인재 확보 서둘러야
딥시크의 성공 이면에는 AI기술 발전을 이끄는 젊은 인재들이 있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에 큰 반향을 일으킨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 모델 관련 논문에는 200여명의 젊은 중국 과학 인재들이 공동 저술자로 참여했다"며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CMP에 따르면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칭화대와 베이징대 등 주요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채용하며 높은 수준의 급여를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30대 젊은 개발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중국 정부는 AI 산업육성을 목적으로 핵심 인재 양성을 주도해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중국 인공지능 인재 양성 현황 진단 및 제언'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는 학교·기업 협력 프로젝트를 규범화하는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며 "인재 양성 과정에서 기업의 권리·의무와 지식재산권(IP) 보호도 제도적으로 명시해 참여를 돕고 있다"고 짚었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AI산업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은 단일대오를 형성해 모든 투자 재원이나 보조금, 인력 등을 첨단산업에 몰아줄 수 있다"며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선택과 집중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많은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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