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 2월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것은 취임 열하루 만에 집권 2기 '관세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이 "중국, 캐나다, 멕시코가 내일(1일) 관세 시행을 막기 위해 오늘 밤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나"라고 묻자 "없다. 지금 당장은 없다. 협상 도구는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는 캐나다·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계획대로 2월 1일에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때부터 관세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 등으로 표현하며 재집권 시 무차별 '관세 카드'를 휘두르겠다는 선전포고했던 것을 망설임 없이 실행하겠다고 거듭 천명한 셈이다.
일단 가장 먼저 관세를 부과할 대상은 이들 3개국에 그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관세 부과로 인한 글로벌 무역전쟁의 서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개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개월 내에 철강·알루미늄·의약품·반도체 등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오는 2월 18일께는 원유와 천연가스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 전면적인 관세 도입을 시사했다.
또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이처럼 신(新)고립주의로 나아가는 트럼프발(發)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의 자유무역주의 질서는 훼손되고, 보호무역 기조가 거세지면서 주요 경제권역 간 무역 충돌은 한층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그의 국정운영 핵심 기조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한다.
그간 미국은 자유무역 확대 기조를 대체로 유지해 왔지만, 이것이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미국 내 제조업을 쇠퇴시킨 원인으로 일각에서는 주장해왔다.
특히 중산층과 노동 계층이 심각한 피해를 본 반면 다른 나라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힘을 받으면서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켜 재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시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인식 퍼져나갔다.
또 중국처럼 보조금이나 지원금 등 정부의 개입으로 값싼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것은 진정한 자유무역이 아니며 이에 대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갔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문제의식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미중 간 패권 경쟁 구도가 더욱 뚜렷해진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경쟁에서 중국의 맹추격을 허용했다는 안보 위기감도 관세 부과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무역 불균형 해소와 중국 견제를 위해 던진 관세 카드는 결국 글로벌 무역전쟁 확대와 경제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우선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이번에 관세 표적이 된 국가들이 미국의 조치에 맞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벼르는 등 '그냥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여기에 향후 미국의 관세폭탄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나라들까지 미국을 상대로 한 '맞불 관세'를 준비하는 등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한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동안 이들 3개국뿐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도 관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
취임일인 20일에는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를 통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부과하면 상대국 기업 등에 대한 보복성 과세로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이튿날 기자회견에서는 유럽연합(EU)을 겨냥해 무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을 통해 "전 세계 기업들에 대한 내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미국에 와서 제품을 만들라"며 "하지만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면 다양한 금액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도 EU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묻자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이"(absolutely)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고율의 관세 탓에 미국을 상대로 수출길이 막힌 국가가 다른 나라로의 수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무역 충돌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다.
이미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한 맞불 조치로 중국이 EU산 제품에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 사례가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럴 경우 결국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표방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존립부터 흔들리고, 기존의 무역·통상 질서가 크게 훼손되면서 재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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