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에도 '부메랑'…"4년간 GDP 수백조 원 타격"

입력 2025-02-01 13:51:3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경제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상대로 한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임을 확인한 데 대해 관세정책이 애초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물론 미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또 관세 부과 여파로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와 휘발유, 농산물 등 소비재의 가격 인상을 머지않아 체감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무역적자가 외국을 도와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관세 부과를 통해 무역적자 해결은 물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정수입을 늘릴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그는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도 "관세는 우리의 경제를 강화하고 채무를 갚는 데 필요한 수천억 달러, 심지어 수조 달러를 우리 재정에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공장을 세우고, 기업을 키우기에 미국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라며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에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다수 경제학자는 관세 부과가 부과 대상국은 물론 미국의 성장률을 함께 낮추고 물가상승률마저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워윅 맥키빈 선임 위원은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시 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천억 달러(290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성장률을 2026∼2029년 매년 0.2%포인트가량 낮추고, 올해 인플레이션을 0.43%포인트 높이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캐나다의 경우 성장률이 최대 1.3%포인트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은 올해 1.68%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고, 멕시코는 성장률이 최대 2%포인트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이 올해 2.29%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맥키빈 위언은 분석했다.

맥키빈 위원은 "북미 3개국의 경제는 고도로 통합돼 있다"며 "이 같은 수치는 3국 경제의 실제 피해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도 진단했다.

미국이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그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한 경우엔 4년간 미국의 GDP가 550억 달러(80조원) 감소하고, 중국의 GDP는 1천280억 달러(186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맥키빈 위원은 분석했다.

한 마디로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이 관세 여파로 더 큰 타격을 받겠지만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가 미국 산업을 보호할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원자재 및 중간재를 수입하는 미국 제조업체의 비용을 급등시켜 물가를 높이고 일자리를 줄이며 수요를 위축시키는 역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공급망 재편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급망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 촘촘하게 걸쳐 있는 자동차 업계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제조업은 북미 3개국에서 내연기관 엔진 부품처럼 복잡하게 상호연관돼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미국의 자동차 업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