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이춘근] 정치꾼(Politician)과 정치가(Statesman)

입력 2025-01-30 12:42:20 수정 2025-01-30 17:47:37

이춘근 국제정치학자

이춘근(국제정치학자)
이춘근(국제정치학자)

작년 12월 3일 세계 정치 사상 아마도 가장 짧은 계엄령과 그 이후 야기된 탄핵 사건, 그로 인한 대한민국의 좌절과 혼돈 상황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에서도 정치적인 혼란 상황이 야기되기 직전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중국의 가장 현대적인 군사력인 로켓군의 로켓에 연료 대신 물을 채웠다는 부정부패한 중국 군부의 황당한 소식과 이를 처벌한 시진핑 주석에 반항하는 군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은 시진핑 역시 권력적인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에서 들려오는 소식 역시 절대 권력의 종말이 가까이 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1월 7일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나타난 이후 18일 정도 종적을 감추고 있었던 김정은이 25일 미사일 발사를 지도하기 위해 나타났다는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그게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절대 권력자의 얼굴조차 공개할 수 없는 처지가 된 북한의 모습이 애처롭다.

북한과 중국의 정당하지 못한 권력에 결국 심각한 이상이 생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시진핑과 김정은의 권력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장악된 권력이 아니기에 정당하지 못한 권력이라고 표현했다. 정당하지 못한 권력을 휘두르는 자는 정치가가 아니라 정치꾼으로 불리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정당한 권력은 당선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준 후, 열정적인 선거운동을 통해 상대방보다 다수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장악한 정치가가 갖게 되는 권력이다. 투명한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된 권력자를 정치가라고 부르며 그가 행사하는 권력은 정당하고 막강하다.

작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하는 막강한 권력은 미국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얻어진 결과다. 작년 가을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때 미국 국민들의 단 21%만이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대답했고 무려 79%가 나라가 나가는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응답했었다. 트럼프는 취임 1주일 만에 미국의 진행 방향을 눈에 확 띌 정도로 바꾸고 있다.

그러나 권력이란 언제라도 부정적인 힘이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권력이란 정의상 '하기 싫은 일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 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좋아서 따르기 때문에 형성되는 힘은 권력이라고 불리기보다는 권위(權威)라고 불린다. 정치 권력이란 부정적(negative) 의미의 힘을 말하며 그 같은 힘을 추구하는 인간들은 정치가이기보다는 정치꾼일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 현실 정치의 세계다.

1930년대 미국 최고의 정치학자 중 한 분이었던 해롤드 라스웰 교수는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을 정치꾼이라고 단정하고 정치꾼들이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과정을 재미있는 공식으로 표시했다. 라스웰의 정치꾼 공식은 'P=p } d } r'이라는 것인데 대문자 P는 정치꾼(Politician)이라는 말이다.

소문자 p는 사적(私的)인 동기(private motive)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모든 정치꾼이 정치활동을 벌이는 동기는 개인적인 이익 때문이라는 말이다. d(displacement into a public object)는 사적인 동기를 공적인 목적으로 전위(轉位)시킴을 의미한다. 마지막 r은 합리화(rationalize)라는 의미다. 즉 정치꾼이란 자신의 개인적 동기에서 권력을 추구하지만 그것을 그럴듯하게 공적인 목표로 전위시키고 그것을 합리화시키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탄핵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 임무가 정지된 상황이다. 야당은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을 구하려 노력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여야 할 여당 측 인물들이 대통령의 탄핵을 기정사실화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자신들이 대선에 도전할 시간을 2년여 앞당겨 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당의 중진 중에서 자기 당의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고 혹은 점잖은 척하면서 탄핵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몇몇 있는 듯한데 그들은 결국 모두가 정치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 주고 말았다. 이 기회를 통해 내각제 개헌을 하자는 인간들 역시 대권을 쪼개 갖자는 옹졸한 정치꾼에 불과하다. 누구도 왜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왜 대한민국은 내각제로 가야 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능력과 지도력을 발휘한 사람들을 정치가라고 하는데 이승만, 박정희 등은 업적에 비추어 볼 때 능히 정치가라고 불릴 만하다. 현재 한국의 정치 정국은 이들을 이을 정치가가 곧 출현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