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판결에 4대 4로 갈린 헌재…진영 색깔에 갇혔나

입력 2025-01-26 14:50:14 수정 2025-01-26 20:17:35

세간의 정치 성향 평가에 따라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어
尹 대통령 탄핵 심판도 공정 떠나 진영 논리로 결정될 우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 편향성 논란 빠져선 안 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들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 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들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 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의견이 4대 4로 나뉘며, 헌법재판소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재판관들이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탄핵 인용과 기각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이며 이는 헌법재판소가 진영 논리에 좌우되고 있다는 비판을 촉발시켰다.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헌재 재판관 8인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미선 재판관,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국회가 선출한 정계선 재판관은 이 위원장을 파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재판관은 국회 탄핵 소추를 기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중에서는 중도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정정미 재판관이 인용 판단을 내렸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형두 재판관은 기각 판단을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했고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헌재가 여론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판결한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다"며 "이번 판결 역시 재판관들이 임명 배경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의견을 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헌재 재판관들의 개인 이력이나 출신, 인관 관계 등을 고리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문가, 법조인 등도 헌재관들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친분 관계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향해 "정치 판사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이진숙 위원장 탄핵 판결의 여파가 큰 이유는 이후 진행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헌재 재판관들의 판단이 국가적 중대사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선 두 차례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헌재가 결정을 내린 뒤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논란들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선고해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헌재를 향한 불신이 상당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비등하게 기각되거나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인용될 경우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 수사권 논란과 체포·구속 과정에서 드러난 사법부 불신이 이제 헌재로 옮겨가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다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에도 정치적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하게 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청구 사건 선고를 마친 뒤 대심판정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하게 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청구 사건 선고를 마친 뒤 대심판정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