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미국의 공연장과 연주 단체들은 많은 후원자들의 기부를 받아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후원금은 예술가들이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지속적으로 창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 결과 예술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행복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이 단순히 '돈의 규모' 덕분에 성립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후원자들은 기부를 통해 사회가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들이 베푸는 것 또한 자신과 가족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고 한다. 대가 없이 베품을 실천하는 후원자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지원을 받는 예술가들은 그들의 기여를 당연하게 여긴다. 이는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과는 조금 다른 점이다.
설날을 맞아, '나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과거 우리는 이사 갈 때 떡을 나누거나, 연말에 불우이웃돕기를 행하고,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애국적 나눔을 실천했다. 그러나 요즘은 사람들이 점점 더 '받는 것'에 집중하고, 나누는 것에 인색해지는 것 같다. 내가 준 만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조금 덜 받거나 더 주면 손해를 보았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예술 역시 그렇다. 예술가와 관객이 단순히 거래 관계처럼 서로 가치를 따지며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면, 예술은 상업적인 시장에 놓이게 되고, 그 안에 담긴 진정성과 감동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결국, 예술은 더 이상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존재가 아니라, 단지 소비되는 '재화'로 전락하게 되며 상품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예술이 사회적 요구와 소비자의 기대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면, 그 본래의 진정성과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될 수밖에 없다.
예술은 서로가 서로에게 베풀면서 이루어진다. 예술가는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베푸는 존재이고, 관객은 그 시간을 내어 공연을 즐기거나 예술가를 응원하는 것으로 베푸는 관계가 성립된다. 예를 들어, 예술가는 자신이 겪은 사회적 문제를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관객은 그 작품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거나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베푼다는 것은 원래 그 대가를 기대하고 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예술가와 관객이 베푸는 행위를 이어갈 때 그 가치가 존중받는 것이며 이는 예술의 진정한 가치가 사회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이다.
설날을 맞아, 우리가 '손해 보지 않겠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작은 것부터 베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베풂의 마음이 회복된다면, 각박한 사회에서 따뜻함을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베풂이 바로 예술의 진정성을 지키고,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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