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앞다퉈 트럼프 구애…사우디 "860조 투자"·이란 협상 희망

입력 2025-01-23 16:21:02

사우디 왕세자, 통화에서 4년간 투자·무역 확대 구상 밝혀
이란 부통령 "핵무기 가지려 한 적 없다…합리성 선택하길"

2017년 5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양자회담에서 당시 부왕세자 겸 제2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던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왼쪽)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7년 5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양자회담에서 당시 부왕세자 겸 제2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던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왼쪽)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4년 만에 재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중동이 앞다퉈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와 무역 확대 의향을 밝혔고, 이란은 핵 협상 재개를 촉구하면서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23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취임을 축하하고 향후 4년간 투자와 무역 확대에 6천억달러(860조원)를 투입할 의향을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개혁 조치가 "전례 없는 경제적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기회를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기회가 추가로 생긴다면 투자 규모를 더 늘릴 수도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

중동의 대표적 반미 국가인 이란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전략담당 부통령은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대화 세션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가지려고 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새로운 핵협상에 합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새 협상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란이 판단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리프 부통령은 미국이 트럼프 1기 때 이란 핵합의에서 이탈할 때 외교정책을 주도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이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2기에는 기용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더욱 진지하고, 더욱 목표에 집중하고, 더욱 현실적이기를 희망한다"면서 "이란과 상대할 때 '합리성'을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멘 국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도 2023년 11월 홍해에서 나포한 화물선 '갤럭시 리더' 호의 선원 25명을 22일 석방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석방된 선원들의 국적은 불가리아·우크라이나·필리핀·멕시코·루마니아 등이다.

후티는 석방 조치를 통해 미국이 후티를 외국테러조직(FTO)으로 재지정하는 일을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