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추경호가 밝히는 비상계엄 당일 이야기

입력 2025-01-20 18:46:34 수정 2025-01-20 21:34:58

"대통령 통화 직후 국회로 모이라 했다" '계엄공모·해제 방해설' 성립 불가
비상계엄 관련 가짜뉴스 난무는 민주당의 정치공세, "책임 물을 것"
여·야 지지율 반전은 야당에 대한 경고, "헌법가치 수호 위해 노력"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매일신문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추경호의원실 제공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매일신문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추경호의원실 제공

"당사에서 대통령과 2분 정도 통화 직후 의총 장소를 국회로 변경했다. '국회에서 대통령과 통화 후 의원들이 당사로 모이게끔 했다'는 의혹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직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 나갔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꼭 49일 만이다.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에는 설명 자체가 먹히질 않아 그동안 얘기를 자제하고 있었다"면서 그간 쏟아진 가짜뉴스와 무분별한 의혹제기에 대해 소상히 반박했다.

◆야당·시민단체발 가짜뉴스 난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가 '계엄선포 당일에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거나, '계엄선포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물론 여당 진영 전체를 겨냥한 무분별한 의혹제기의 신호탄 격이었다.

추 의원은 계엄 발표 당일 대통령이 아니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언론인, 동료 국회의원과 함께 만찬을 가졌다고 재확인했다.

추 의원은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고, 비상계엄을 두고 국방부 장관, 군 수뇌부, 경찰청장 등 관련자 누구와도 협의하거나 소통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계엄 선포 사실을 알게 된 건 뉴스를 통해서였다. 추 의원은 국회로 급히 복귀하면서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장소는 국회였다.

계엄선포 이후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하고자 여당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당사로 불러 모았다는 주장은 자초지종을 살펴보면 나올 수 없는 얘기다.

추 의원이 원내대표로서 최초로 소집한 의원총회 장소는 국회였고, 국회 출입이 가능했던 시간대의 의총 장소는 늘 같았다.

추 의원은 "대통령과 통화로 공모해 당사에 의원들 발을 묶으려 했다면, 통화 직후 의총 장소를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하지도 않았어야 했고, 저도 의원들과 계속 당사에 있었어야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의총 장소를 국회로 공지하고 이동했다"고 강조했다.

◆국회출입 전면 통제 풀려고 노력

다만 당일 자정 직후 의총 장소가 당사로 변경된 것은 "당시 국회 출입 전면 통제로 의원들이 국회로 진입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추 의원은 설명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의 연기를 요청해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 역시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는 게 추 의원의 설명. 추 의원은 그날 밤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당사에 모여 있는 여당 의원들의 국회 진입이 가능하도록 경찰 협조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는 우원식 의장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본회의장 내에 있는 한동훈 당시 대표를 본회의장에서 빼내려 했다는 의혹, 본회의장 내 의원수를 파악해 외부에 공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임을 해명했다.

추 의원은 비상계엄 발발 후 민주당이 무차별 정치공세의 하나로 가짜뉴스를 유포시킨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여당 원내대표를 집중 공격하면서 다수의 여당 의원들로 정치공세를 확대해 국민의힘을 위축·궤멸시키려는 민주당의 정략적 선동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면서 "허위사실 유포로 여론을 호도하며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매일신문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추경호의원실 제공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매일신문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추경호의원실 제공

◆대통령 수사·탄핵 절차적 정당성, 형평성 살펴야

추 의원은 대통령 사법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 논란, 여당 대표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구속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각종 의혹과 시비로 얼룩지면서 공정성·적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

추 의원은 "내란죄 수사권한이 없는 공수처는 경찰이나 검찰에 사건을 맡겨놨어야 했다. 왜 이렇게 중요한 사건에서 문제 소지를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이재명 대표는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하고, 현직 대통령은 반대로 구속한 것에 대해 누가 공정하다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사법부가 '6-3-3 원칙'에 따라 신속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5개 재판부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12개 혐의에 대한 재판을 모두 신속히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최근 반등한 여당에 대한 지지율을 두고서는 "우리 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오만·폭주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인다"면서 "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며 정부를 흔들었고,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한 적법절차 훼손 논란도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국민께 송구, 헌법가치 지키는 역할 다할 것

추 의원은 탄핵 정국 초래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자 대통령 탄핵소추 첫 표결시도가 있었던 지난달 7일 원내대표직을 내려놨다. 계엄선포와는 무관했으나 정치적 변환기에 누군가 책임져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정치가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어려운 민생 문제 해결에 매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죄송한 마음과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추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내려놨지만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헌법가치를 지키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신문 독자들에게는 "을사년 새해는 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는 푸른 뱀의 기운으로 소망하는 모든 것들을 성취하는 한해가 되시길 기원드린다"고 지면을 통한 새해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