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은 유혈 사태 막으려 '불법 체포' 응했다

입력 2025-01-16 05:00: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內亂)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체포해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43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 체포는 헌정사(憲政史)에서 처음 있는 일로,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다행히도 우려했던 국가기관 간 무력 충돌(衝突)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영장 집행 이후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제가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체포에 응한 것이란 점과,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違法性)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공수처의 수사와 체포영장 청구 집행은 불법의 연속이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직권남용 행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연결(連結) 범죄로 내란 혐의를 수사할 수 있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 말고는 형사소추되지 않는다. 당연히 직권남용은 수사할 수 없다. 수사는 범죄 사실 유무를 밝혀내 기소하기 위해 범죄의 증거를 수집 보관하는 활동, 즉 기소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므로 기소할 수 없으면 수사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불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내란죄와 직권남용 혐의 모두 수사할 수 없음에도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것도 관할(管轄)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다. 영장 발부 가능성을 계산한 '판사 쇼핑' '영장 쇼핑'이었다. 이에 부응해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했다. 판사가 그럴 권한은 어디에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2차 체포영장에서 형사소송법 관련 조항의 예외를 적용하지 않았는데도 공수처와 경찰은 대통령 관저로 들어갔다. 법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이 앞장서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후 페이스북에 공개한 육필(肉筆) 원고에서 "수사권 없는 기관에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정상적인 관할이 아닌 법관 쇼핑에 의해서 나아가 법률에 의한 압수·수색 제한을 법관이 임의로 해제하는 위법·무효의 영장이 발부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를 경시하는 사람들이 권력의 칼자루를 쥐면 어떤 짓을 하는지, 우리나라가 지금 심각한 망국의 위기 상황이라는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며 "이러한 법치는 인민민주주의 독재, 전체주의 국가에서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악용되는 법치"라고 했다.

국민은 현직 대통령의 불법 체포라는 초유의 사태에 당황스럽겠지만 윤 대통령의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 나라가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의해 법치가 유린(蹂躪)되는 무법천지가 됐으며, 이를 결코 용인(容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수처의 영장 집행은 수사가 목적이 아니라 '대통령 망신 주기' '조직의 존재감 드러내기'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체포영장 집행 후 국민의힘은 "불법 영장을 집행한 공수처에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공수처는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헌법에는 무죄추정(無罪推定)의 원칙이 있다.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게다가 피의자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다. 도주(逃走)의 우려가 없다. 계엄 사태 사건 관련 주요 피의자들은 이미 구속됐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는 명분(名分)이 없다. 윤 대통령 수사는 불법 논란을 자초한 공수처가 아니라 경찰이나 특검이 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