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미 포화상태…승객 못 타고 출발하는 경우도 있을 것"
대구시 "수요 지켜보며 코레일과 협의"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로 개통한 대구권 광역철도(이하 대경선) 혼잡이 극심하다는 지적(매일신문 2024년 12월 23일 등)이 통계 수치로 확인됐다.
15일 대구시가 처음 공개한 통계 수치에 따르면 대경선 개통 한 달 승하차 인원은 87만2천명(하루 평균 2만8천145명)을 기록, 운행 편수 대비 포화상태로 나타났다.
이용 승객에 비해 열차 수가 모자라고, 배차 간격도 길기 때문으로 혼잡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통 한 달 지났지만 여전히 혼잡
15일 오후 2시 대구역 대경선 승강장. 개통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승강장은 승객들로 북적였다.
열차 출발 시각이 되자 탑승객들이 더욱 몰리면서 단 2량 밖에 없는 열차 내부는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구매한 물품이 든 쇼핑백을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대구시 '대경선 이용객 현황'에 따르면 대구역은 지난 13일까지 누적 승하차 인원이 19만4천778명으로 대경선 7개 역사 중 가장 많은 곳이다.
개통 초기 지적됐던 열차 혼잡도와 긴 배차 간격 문제는 여전했다. 이날 동성로 인근 식당에서 종친회 문중 모임을 갖기 위해 대경선 대구역을 찾았다는 장주환(77) 씨는 "대구 시내가 모임을 갖기 딱 좋은 장소라 자주 방문하는데 대경선은 개통한 지 한 달이 됐는데도 입소문을 타면서 탑승객이 처음보다 더 느는 것 같다"며 "특히 대구역은 출퇴근 시간대가 아닌 낮 시간대에도 열차가 꽉 차버려서 노약자석도 한번 앉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포화상태
대경선은 개통 초기부터 승객 과밀에 따른 혼잡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22일에는 노인 승객이 주말 오후 시간대에 탑승했다가 답답함을 호소하며 쓰러진 사례도 있었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대경선은 지난해 12월 14일 개통이후 지난 13일까지 한 달 동안 87만2천명이 타고 내렸다.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2만8천145명이었다.
대경선은 평일 하루 100회, 주말·공휴일은 96회 운행된다. 2량 1편성 열차로 주중 8대, 주말 7대가 각각 투입(예비 1대 별도)되는데, 대경선 최대 승객정원이 296명(2량 기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포화상태라는 주장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경선 승하차 인원이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입을 모은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하루 평균 승하차인원이 2만8천명에 왕복 100회를 운행한다면, 회당 280명이 이용하는 셈"이라며 "사실상 최대 승객 정원에 육박한다는 뜻인데, 출퇴근 시각 등 승객이 몰리는 시간대엔 포화상태라고 봐야 한다. 한계 정원이 있기 때문에 일부 역에서는 다 타지도 못하고 출발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대경선 운행이 이어질수록 교통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한 번 뚫리면 그에 맞게 활동이 분산되고 공간적 분업이 더 활성화 되기 때문에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승객 과밀 우려에도 무대책?
곳곳에서 대경선 혼잡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사업 초기 예측한 수요는 현재 승하차 인원보다 훨씬 많았다.
지난 2016년 국토교통부 기본계획 수립 당시 예측한 수요는 하루 평균 4만6천982명. 현재 승하차인원은 애초 예측치의 59.9% 수준이다.
우용한 경일대 철도학부 교수는 "일 평균 수송 인원이 4만7천명이라고 예측했다면 간단히 생각을 해봐도 2량 1편성 열차는 예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수요 예측치를 전제로 한다면 1편성 객차 수를 2량으로 한 건 지나치게 적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승객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구권 광역철도 원대역 신설 사업이 최종 확정됐다. 원대역 신설은 북구 원대·고성동, 중구 태평로 등 인근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역사 신설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주민숙원사업이었다.
원대역이 신설되면 구미·칠곡·경산지역 출퇴근 직장인들의 교통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승객 과밀 우려가 심화되는데도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어떤 시간 대, 어느 날짜에 많이 몰리는지, 현재의 수요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등을 봐가며 코레일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경선 운영기관인 코레일 역시 향후 수요와 추이를 봐가며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배차간격 조정이나 열차 증편 등 향후 계획이나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는 대구시,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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