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1월 13일 101명의 한인들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첫발을 내디디면서 하와이 이민사가 시작되었다. 1905년 일제의 제지로 중단되기까지 모두 7천200여 명의 한인들이 하와이에 도착했다. 그중에서 80% 이상이 20대 남성으로 여성이 태부족하자, 신랑감의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이른바 '사진 신부' 1천 명이 도착했다. 1945년 광복이 될 때 하와이에 남은 한인들은 6천500명 정도였다.
그들은 머나먼 타국 땅 척박(瘠薄)한 환경 속에서도 공동체를 이루며 고국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그 눈물겨운 하와이 이민 역사를 다룬 영화가 최근 개봉한 '하와이 연가'(Songs of Love from Hawaii)이다.
이진영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3개 주제의 스토리를 펼친다. 그래미 수상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세계적인 명성의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하와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장 이그나스 장, 그리고 하와이의 살아 있는 전설인 기타리스트 케올라 비머가 깊은 감동의 선율을 선사한다. 배우 예수정이 '사진 신부' 임옥순 역을 목소리로 연기했다.
영화는 이민자들의 절망(絶望)과 비극(悲劇)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후손들의 연주 속에 그들이 하와이에서 지녔을 소망과 고독과 사랑을 그렸다.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잘 견뎌 냈기 때문에 오늘의 한인 사회가 있음을 시사한다. '오빠 생각'과 '아리랑'을 비올라로 연주하며 임옥순의 망향가를 대변한 리처드 용재 오닐은 어머니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는 자신 또한 한국전쟁의 고아로 미국의 아일랜드계 오닐가에 입양되었던 어머니의 아들임을 고백한 적이 있다. 형언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푼푼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해 보냈던 한인 디아스포라 1세대들이 오늘의 기막힌 조국의 현실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이 안락한 삶은 선조들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했어요. 그러니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젊은 친구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어른 된 도리이자 책임입니다." '하와이 연가' 책 속에 나오는 김창원 전 하와이 주립대 이사장의 말이다.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joen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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