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태진] 착한 식당과 바른 숙청

입력 2025-01-12 18:20:21 수정 2025-01-12 18:37:53

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10년 전쯤 '착한 식당'을 찾아내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착한'이라는 수식을 받는 기준은 명확했다. 인공·화학조미료 MSG를 안 쓰는 곳이어야 했다. 선정된 곳들은 한동안 '착한 맛'을 보려는 이들로 바글거렸다. 그러나 이들의 입소문은 거칠었다. 한마디로 "맛없다"였다. 미식가들마저 '맛집'이라 부르길 주저(躊躇)했던 건 이질적인 맛과 비현실적 선정 기준 탓이었다.

'MSG는 건강에 안 좋다'는 구호를 전파하려는 게 기획 의도인 듯했다. 과도한 사용은 염도를 높이기에 틀린 주장은 아니다. 다만 소량을 쓰는 것도 금기시하면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입맛을 돋워 미식을 즐기게 하니 스트레스 해소 등에 얼마든지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솔푸드(Soul Food)'에 MSG 한 스푼 들어갔다고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잖은가.

'대통령 탄핵'으로 돌진(突進)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시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유리하게 만드는 기사, 여론조사, 주장 등은 MSG나 마찬가지다. 내란 동조, 내란 선전 혹은 그걸 거드는 행위를 가차 없이 걸러내는 '착한 식당 지정자'는 민주당이다. 이제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퍼트리는 행위도 고발한다고 한다. 반(反)탄핵 세력 준동(蠢動) 저지(沮止)다. 소셜미디어에서 '좋아요'만 눌러도 내란 동조가 될 판이다.

이런 인식의 바탕에는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목표 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몸에 생긴 종기(腫氣)를 제대로 짜야 깨끗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짜다 말면 뒤탈이 난다는 것이다. 1948년 제헌국회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작금의 행태가 반복된다고 한다. 이번에 부역자들을 깡그리 정리하는 '바른 숙청'으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무위원 모두를 내란 공범으로 규정했던 민주당이다. 비상계엄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내란 공범으로 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 대상으로 삼자마자 그와 부인을 무속과 무능으로 칠갑(漆甲)했다. 조리돌림하듯 구태(舊態)의 전형이라 몰아세운 게 얼마 전이다. 확인하기 어려운 '카더라'식 의혹도 반복된다. 탄핵만이 정의라던 광기(狂氣) 어린 8년 전의 살풍경이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