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그래도 안심해선 안 된다

입력 2025-01-09 05:00:00

지난해 11월 기준 경상수지(經常收支)가 7개월째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경상수지는 93억달러(약 13조5천3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11월까지 누적(累積) 경상수지도 전년도 대비 3배가량 늘어난 835억달러로 집계됐다. 2015년, 2016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12월 집계까지 합치면 한은 연간 전망치 900억달러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기록적인 흑자를 거뒀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많다. 우선 수출 증가 속도가 더뎌졌다. 14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지만 증가율 자체는 크게 떨어졌다. 석유제품, 승용차, 기계류, 정밀기기 등에서 10% 넘게 수출이 줄었고, 주요 교역국(交易國)인 미국, 중국, 일본 수출도 역성장했다. 흑자 규모가 커진 이유 중 하나가 수입 감소다. 원자재 수입이 10% 이상 줄었는데, 장차 원자재 가공품의 수출액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환율 강세, 중국발 공급 과잉, 보편 관세(普遍關稅)를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도 걱정스럽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보편 관세와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대응 방안 준비를 다 해 놨다"면서 "(준비한 대응책을) 보여 드리지 못해 안타깝지만, 협상 전략이고, 어떤 나라도 미리 보여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보편 관세가 무엇이고 어떤 형태를 갖출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도 대응 방안을 꼼꼼하게 마련했다니 다행스럽다. 그러면서 역대 처음 수출액 7천억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언급했는데, 철저한 분석에 근거한 자신감의 발로(發露)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