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토트넘, 주장 손흥민과 1년 더 함께 가기로

입력 2025-01-08 12:13:38 수정 2025-01-08 17:50:12

토트넘, 계약 1년 연장 옵션 발동 사실 발표
손흥민, 내년 여름까지 토트넘 유니폼 입어
발표 늦은 토트넘 두고 '전설 예우 없다' 비판

EPL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 토트넘 SNS 제공
EPL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 토트넘 SNS 제공

가는 길이 정해졌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이 주장 손흥민(32)을 두고 장기 재계약을 외면하는 건 물론이고 '뒤늦게'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 2026년 여름까지 함께하기로 해서다.

토트넘은 8일(한국 시간) 구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소식을 전했다. 구단 측은 "쏘니(손흥민의 애칭)의 계약이 연장됐다. 계약 연장 사실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그는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동안 세계적 스타이자 클럽의 위대한 선수가 됐다"고 밝혔다.

EPL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1년 계약 연장 사실을 구단 홈페이지에 알린 모습. 토트넘 홈페이지 제공
EPL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1년 계약 연장 사실을 구단 홈페이지에 알린 모습. 토트넘 홈페이지 제공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의 '살아 있는' 전설. 2015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옮겨온 뒤 맹위를 떨쳤다. 토트넘에서 431경기에 출전해 169골을 넣었다. 구단 역사상 최다 득점 4위. 2021-2022시즌엔 23골을 넣으며 EPL 득점왕에 올랐다. 도움 68개로 토트넘 역대 최다 어시스트 기록도 세웠다.

토트넘이 가장 좋았을 때 손흥민이 있었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을 앞세워 2019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2019년 손흥민은 번리를 상대로 70m 단독 드리블 후 골을 넣어 한 시즌 최고의 골에 주는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인으로선 최초 수상이다.

EPL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 토트넘 제공
EPL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 토트넘 제공

손흥민은 구단 공식 인터뷰를 통해 "토트넘은 EPL에서 모든 이들이 꿈꾸는 클럽이다. 이곳에서 보낸 10년이라는 시간을 사랑한다. 토트넘과 또 시즌을 보낼 수 있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며 "이젠 토트넘에 무엇인가를 돌려줘야 한다. 우리 팀은 다시 도약해야 할 때다. 힘든 시간을 보낸 뒤엔 항상 좋은 시간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주장다운 인터뷰다. 손흥민은 2023년 주장으로 선임된 뒤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적인 태도와 리더십, 책임감으로 선수들을 이끌어왔다. 토트넘이 이번 시즌 비틀거리며 중위권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손흥민은 팀의 중심답게 희망 섞인 메시지를 던졌다. 잡음을 최소화하고 팀을 추스르려는 의도가 읽힌다.

EPL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계약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한 뒤 손흥민의 SNS에 팬들이 아쉬워 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흥민 SNS 캡쳐
EPL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계약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한 뒤 손흥민의 SNS에 팬들이 아쉬워 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흥민 SNS 캡쳐

손흥민의 계약은 이번 시즌까지였다. 토트넘은 1년 연장 옵션을 갖고 있었으나 2024년이 끝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이 때문에 각종 이적설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EPL 구단뿐 아니라 스페인, 튀르키예, 독일, 사우디아라비아로 옮길 거란 말이 떠돌았다.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애초 장기 재계약보다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할 가능성이 컸다. '짠돌이'로 불리는 구단주 다니엘 레비 회장이 손흥민의 나이 등을 고려해 큰 돈을 쓸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 더구나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지 않으면 올 여름 손흥민이 자유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어 이적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팀에 넘겨줘야 할 판이었다.

EPL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토트넘 제공
EPL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토트넘 제공

계산이 간단해 결정도 빨라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토트넘은 해를 넘겨서야 옵션 발동 사실을 발표했다. 그동안 손흥민을 두고 부정적인 보도도 잇따랐다. 이번 시즌 다소 부침을 겪고 있는 게 부각되고, 적지 않는 나이를 지적하는 얘기도 나왔다. 토트넘의 굼뜬 행보 탓에 손흥민이 더욱 악평에 시달렸다.

토트넘은 계약 1년 연장 사실을 전하며 손흥민을 추켜세웠다. 하지만 이미 선수는 많은 상처를 입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다. 전설에 대한 예우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손흥민은 토트넘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주장은 더 많은 책임이 따른다. 팀에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