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발전 방향 '내생적 발전' 변화"
"1차 공공기관 이전 한계 있어…2차는 인구·GRDP 기준으로 방향 잡아야"
"메가시티 육성에 정부 선제적 투자, 권한 이양 필요"
"우리처럼 중앙 정부 중심으로 주택 정책을 추진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드뭅니다. 자치단체가 주체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심교언 국토연구원(KRIHS) 원장은 3일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국토개발 정책 패러다임을 중앙에서 지역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지방의 수요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이므로, 각 자치단체가 맞춤형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1978년 10월 설립된 국토연은 국토종합계획수립과 국가균형발전 정책 제언을 하는 국책기관이다. 국토연을 이끌고 있는 심 원장을 만나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미분양 적체 등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다. '지역 맞춤형'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6만5천 호인데 이 가운데 지방이 5만1천 호를 차지한다. 다만 단계별로 대책을 추진할 필요는 있다.
'지방 악성 미분양 취득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주면 당연히 살아나겠지만 지금 이 칼을 쓸 때냐는 고민해 볼 문제다. 아직은 경고 수준에서 미분양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지난해 3월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리츠(CR리츠)가 도입됐다. 9월 첫 CR리츠(KB부동산신탁)가 설립됐는데 사업성 있는 우량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CR리츠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 맞춤형 부동산 정책은 굉장히 좋은 얘기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은 공공임대 주택이 활성화돼 있으나 미국에서 이 정책을 추진하는 곳은 몇 곳 없다. 보스턴 지역이 수요에 따라 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국토개발 정책의 효율성을 위해 중앙에 권한이 많이 부여됐지만 이제는 자치단체에 권한을 넘겨줄 필요가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한계와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돼야 할지 설명을 듣고 싶다.
▶1차 공공기관 이전 자체는 성공적이었지만 현재까지는 혁신도시가 지역 성장 거점으로 평가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1차 공공이관 이전을 계기로 10곳에 혁신도시가 조성됐으나 부산을 제외하고 9개 도시는 신도시를 조성했다. 애초 호남·영남 2곳만 먼저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확대되는 바람에 생활권을 구축할 수 있는 정교한 방안이 논의되지 못했다. 전형적인 '외생적 발전론'(국가 혹은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의 발전 기회를 제공하고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의 한계이자,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 있다. 신도시만 중점적으로 발전시키면 구도심은 쇠락하고 도시재생에 또다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2차 공공이관 이전의 방향은 지역내총생산(GRDP)이 올라가느냐, 인구가 늘어나느냐의 기준으로 정책적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지방이 주도적으로 키를 잡을 필요가 있다. '땅이 있으니 아무나 와라'라는 것보다 자치단체에서 계획을 세워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공기관을 주도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시작으로 전국에 '메가시티' 붐이 불고 있다. 메가시티 전략이 구상에 그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으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
▶국토균형발전 방향이 외생적 발전론에서 '내생적 발전'으로 바뀌고 있다. 지역 발전 추진 주체를 지역에서 찾아가는 방식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행안부가 함께 합의하고 중앙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사례다. 100년이 지나면 서울권, 세종권, 영남권 등 권역별로 나뉘게 될 것이다. 성공적 메가시티 전략 추진을 위해서는 공간정책적 접근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거점도시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교통 인프라 확충 등 공간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선제적 투자 또한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비 타당성 조사 제도 등 재정투자 우선순위 결정 관련 제도의 개선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정부 권한의 이양도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메가시티 육성 및 지원 정책은 메가시티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 정책, 자치단체의 정부 의존성 심화, 정부 지원 수혜를 위한 자치단체 간 일시적 협력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정부가 '8·8 부동산 공급 방안'에서 제시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물량적 측면이나 향후 택지개발 및 분양, 준공에 이르기까지 공급 시차를 고려해 볼 때 실질적 주택공급에 대한 체감을 느끼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입지가 좋은 서울 인근에서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계획은 심리적으로 주택공급 불안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개발과 도심에서의 재개발·재건축 사업활성화 등과 연계할 때, 서울 및 수도권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연구원은 고향사랑기부 답례품 중 하나로 '고향부동산 토큰 증권(H-REST, Hometown Real Estate Security Token)' 도입을 제안했다. 현장에선 유인책이 약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어느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지 궁금하다.
▶수익률 측면에서 접근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다만 '내 고향을 지킨다'는 시각에서 보면 보완할 방법이 있다. 아직 초기 단계고 수요도 여러 갈래로 나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가 다양한 수요를 기획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벤치에 기부자 이름을 넣는 방식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고 좀 더 진행되면 꽤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토 균형 발전 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내려달라.
▶정부의 국정과제로 제시한 지방시대는 지역이 주도해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성과가 단기간에 창출될 수는 없다. 더욱이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역 내 불균형 문제가 심해지고 있고, 지방에서도 대도시와 인구감소지역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이렇듯 균형발전에 대한 고차방정식이 존재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가 추구하는 균형발전과 지역이 추구하는 균형발전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는 경쟁력 있는 지방 거점을 조성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지방은 지방대로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이 공동 성장할 수 있는 연계, 협력 방안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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