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찰이 경호 항명?…尹관저 길 터주고 경호처 요청도 불응

입력 2025-01-05 16:16:20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던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회원들이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던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 회원들이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려다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던 3일 이를 저지하려는 대통령 경호처에 군과 경찰이 협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별 다른 저항 없이 길을 터준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군과 경찰이 항명했다는 반발이 나온다.

5일 경찰과 군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대통령 관저는 3중 경호체계다. 서울경찰청 202경비단이 관저 외곽,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이 관저 울타리, 경호처가 담장 내 최근접 경호를 맡는다.

관저로 향하는 첫 번째 관문을 터준 것은 55경비단과 202경비단이었다. 55경비단은 3일 오전 8시 2분쯤 공수처와 경찰의 협조 요청에 따라 관저로 향하는 첫 번째 철문을 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55경비단은 대통령 관저 외곽경호를 위해 경호처에 파견된 부대다. 편제상 수방사 예하지만, 지휘·통제 권한은 경호처가 갖고 있다.

철문을 통과한 수사관들이 맞닥뜨린 1차 저지선은 가로 주차된 버스였다. 경호처 직원 50여명과 수방사 55경비단으로 추정되는 군부대 인력 30∼40명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저지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뚫렸다. 이 과정에서 박종준 경호처장은 55경비단과 202경비단에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두 경비단 지휘부는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수뇌부가 체포영장 집행 당시 55경비단 병력을 저지에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경호처에 전달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호처의 협조 요청이 있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적법하게 근무하라는 지시가 202경비단에 하달됐다"고 전했다.

심지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호처 요청에 따라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경찰의 관저 투입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 역시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 "경찰이 항명했다"며 '경찰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경호처가 협조 요청을 했으니 검토해서 협의해 보라'는 정도로만 말했다고 밝혔다. 지시는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경찰 내에선 "체포 영장을 막으라는 '지시'였다면 명백한 직권남용"이란 말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