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수출, 중국 의존 ↓…미국·대만 비중 ↑

입력 2025-01-05 14:41:49 수정 2025-01-05 18:51:28

중화권 비중 4년 새 61%→52%로 하락
미·대만 14%→22%, 베트남 12→13%
미·중 반도체 전쟁, 미 선도 AI 붐 등 영향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인 용인 국가산단의 산업단지 계획이 당초 목표보다 3개월 빠른 지난해 12월 26일 승인됐다. 정부는 통상 4년 이상 소요되는 후보지 선정에서 산단 지정까지의 시간을 1년 9개월로 줄인 데 이어 내년부터 신속한 보상을 통해 착공 시기도 당초 2030년 6월에서 2026년 12월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2030년 반도체 생산공장 1호기 가동에 맞춰 도로, 용수, 전력 등 핵심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국가산단과 배후주거지와 통합 개발해 산업중심 복합도시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부지 모습. 연합뉴스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인 용인 국가산단의 산업단지 계획이 당초 목표보다 3개월 빠른 지난해 12월 26일 승인됐다. 정부는 통상 4년 이상 소요되는 후보지 선정에서 산단 지정까지의 시간을 1년 9개월로 줄인 데 이어 내년부터 신속한 보상을 통해 착공 시기도 당초 2030년 6월에서 2026년 12월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2030년 반도체 생산공장 1호기 가동에 맞춰 도로, 용수, 전력 등 핵심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국가산단과 배후주거지와 통합 개발해 산업중심 복합도시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부지 모습. 연합뉴스

지난 4년간 한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 미국, 대만,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비중은 늘어나는 등 반도체 수출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초래한 세계 시장 재편,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미국 내 반도체 수요 급증, 주요 IT(정보통신) 제조 기업의 탈중국 흐름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액은 1천419억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해와 비교하면 43.9% 늘어난 수치다.

국내 반도체 수출액의 국가별 비중을 보면 중국과 홍콩을 합친 중화권 비중은 2020년 61.1%에서 지난해(1~11월 누계 기준) 51.7%로 9.4%포인트(p) 낮아졌다. 중국과 홍콩을 분리해도 중국 비중은 같은 기간 40.2%에서 33.3%로, 홍콩 비중은 20.9%에서 18.4%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대부분이 재교역 형태로 중국에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

미국 수출 비중은 2020년 7.5%에서 지난해 7.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최종 고객인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수출되는 대만까지 넣으면 실질적으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은 더 높아진다.

대만 수출 비중은 2020년 6.4%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14.5%로 급상승했다. 한국의 대만 반도체 수출 비중 증가 흐름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작년 1∼11월 한국의 대만 반도체 수출액은 185억 3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9.2%나 급증했다.

이는 엔비디아에 대한 SK하이닉스의 HBM 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통계상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은 미국 수출이 아닌 중간 제조 기지인 대만 수출로 잡힌다.

이에 미국과 미국의 '반도체 동맹'인 대만까지 합친 한국의 수출 비중은 2020년 13.9%에서 21.7%로 8%p가량 높아졌다.

베트남 수출 비중도 높아졌다. 베트남 수출 비중은 2020년 11.6%에서 지난해 12.9%로 높아진 것. 이는 삼성전자의 IT 제품 생산 거점 이동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한때 자사의 전체 휴대전화의 17%를 생산하던 중국 후이저우 공장 문을 2019년 닫았고, 외국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기존에 중국으로 가던 메모리 등 스마트폰 중간재가 베트남으로 수출됐다.

세계 메모리 시장을 좌우하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형도 변화는 미·중 반도체 전쟁, 미국 주도의 AI 데이터 센터 투자 붐 등 큰 산업 변화를 반영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울러 세계 제조업 기업의 탈중국 흐름 가속화, 범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반도체 자립 강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향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수출 대상국이 다변화하는 흐름은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앞으로 어차피 중국과는 반도체 산업에서도 기존 상호 보완 구도에서 경쟁적 구도로 바뀌기 때문에 반도체 수출국도 중국 외로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