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비중 4년 새 61%→52%로 하락
미·대만 14%→22%, 베트남 12→13%
미·중 반도체 전쟁, 미 선도 AI 붐 등 영향
지난 4년간 한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 미국, 대만,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비중은 늘어나는 등 반도체 수출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초래한 세계 시장 재편,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미국 내 반도체 수요 급증, 주요 IT(정보통신) 제조 기업의 탈중국 흐름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액은 1천419억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해와 비교하면 43.9% 늘어난 수치다.
국내 반도체 수출액의 국가별 비중을 보면 중국과 홍콩을 합친 중화권 비중은 2020년 61.1%에서 지난해(1~11월 누계 기준) 51.7%로 9.4%포인트(p) 낮아졌다. 중국과 홍콩을 분리해도 중국 비중은 같은 기간 40.2%에서 33.3%로, 홍콩 비중은 20.9%에서 18.4%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대부분이 재교역 형태로 중국에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
미국 수출 비중은 2020년 7.5%에서 지난해 7.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최종 고객인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수출되는 대만까지 넣으면 실질적으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비중은 더 높아진다.
대만 수출 비중은 2020년 6.4%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14.5%로 급상승했다. 한국의 대만 반도체 수출 비중 증가 흐름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작년 1∼11월 한국의 대만 반도체 수출액은 185억 3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9.2%나 급증했다.
이는 엔비디아에 대한 SK하이닉스의 HBM 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통계상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은 미국 수출이 아닌 중간 제조 기지인 대만 수출로 잡힌다.
이에 미국과 미국의 '반도체 동맹'인 대만까지 합친 한국의 수출 비중은 2020년 13.9%에서 21.7%로 8%p가량 높아졌다.
베트남 수출 비중도 높아졌다. 베트남 수출 비중은 2020년 11.6%에서 지난해 12.9%로 높아진 것. 이는 삼성전자의 IT 제품 생산 거점 이동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한때 자사의 전체 휴대전화의 17%를 생산하던 중국 후이저우 공장 문을 2019년 닫았고, 외국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기존에 중국으로 가던 메모리 등 스마트폰 중간재가 베트남으로 수출됐다.
세계 메모리 시장을 좌우하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지형도 변화는 미·중 반도체 전쟁, 미국 주도의 AI 데이터 센터 투자 붐 등 큰 산업 변화를 반영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울러 세계 제조업 기업의 탈중국 흐름 가속화, 범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반도체 자립 강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향후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수출 대상국이 다변화하는 흐름은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앞으로 어차피 중국과는 반도체 산업에서도 기존 상호 보완 구도에서 경쟁적 구도로 바뀌기 때문에 반도체 수출국도 중국 외로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