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시간 반 만에 공수처 철수…尹지지자들 "이겼다" 환호 [영상]

입력 2025-01-03 17:16:07 수정 2025-01-04 06:44:04

공수처, 장시간 대치 끝 체포영장 집행 실패
"대통령 지켜야"…尹 지지자, 관저 주변 7천명 결집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공수처 철수 후 집회 주도
민주노총, 한강진역 인근서 맞불 집회

3일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김지효 기자
3일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김지효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위해 3일 오전 관저에 진입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 등이 5시간 반만에 철수하자, 관저 앞에 모인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가 나왔다.

이날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는 공수처 수사관과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국수본)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오전에 도착했고, 관저 내까지 진입했지만 경호처 인력과 대치 끝에 안전상 이유로 오후 1시 30분쯤 철수했다.

관저에서 약 300m 떨어진 국제루터교회 앞에는 신자유연대와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전날 밤부터 모이기 시작했다.

오전 7시쯤 수백명에 불과했던 집회 규모는 정오가 가까워오면서 구름떼처럼 불어났다. 집회 행렬은 무대가 설치된 국제루터교회 앞부터 북한남삼거리까지 도로 3개 차선을 채운 채 이어졌다. 이날 집회 참여 인원은 7천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에 달했다.

정오 경에는 블루스퀘어 공연장에서 관저 앞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안전사고가 우려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밀려들었고, 경찰의 엄중한 통제 속에 집회 참가자들이 줄을 서서 육교를 차례로 교행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든채, 탄핵 무효를 주장하거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을 외쳤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부정 선거를 규탄하는 의미로 사용한 'STOP THE STEAL(스톱 더 스틸)'이라고 쓴 피켓도 눈에 띄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고, 공수처의 체포영장 발부가 위법하다고 규탄했다. '탄핵 무효' 등의 구호와 윤 대통령‧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의 이름을 연이어 외치기도 했다.

지난밤부터 관저 주변을 지키고 있다는 70대 윤정순씨는 "대통령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려고 한 것뿐인데, 반국가세력들이 모두 나서 대통령을 헐뜯고 있다"며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 먼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이곳으로 왔다. 윤 대통령을 지키는 게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에 깃발을 든 또다른 70대 집회참가자는 "공수처 영장 집행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경호처가 총을 발포해도 문제 없다"고 주장하면서 구호에 맞춰 "탄핵 반대"를 외쳤다.

3일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려 약 7천명의 시민이 모였다. 김지효 기자
3일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려 약 7천명의 시민이 모였다. 김지효 기자

'공수처가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집회 참석자들은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8시2분쯤 관저로 진입한 공조본 수사관 등은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지 약 5시간반 만인 오후 1시37분쯤 철수했다.

공수처 철수 직후 무대에 오른 전 목사는 "이제 우리는 완전히 이겼다.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실패하지 않았다"며 집회 참가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전 목사는 또 "헌법 위에 있는 게 국민의 저항권이고, 우리(보수단체)들은 계속해서 저항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공수처는 어떻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기간 중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수 있냐"고도 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후 3시쯤 이로부터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한강진역 2번 출구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집회 시작과 함께 무대에 오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지만 5시간 만에 포기하고 돌아섰다"며 "(공수처는) 이 사회를 바꿀 마음도 의지도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힘으로, 투쟁으로 윤 대통령을 체포‧구속하겠다. (오늘은) 긴 하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퇴진비상행동 등 반윤 단체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집회 및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행진은 도시철도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에서 시작해 관저 인근인 한남초등학교 남단 건너편까지 이어진다.

3일 오후 민주노총이 도시철도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남정운 기자
3일 오후 민주노총이 도시철도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남정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