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2배로 늘어난 마약사범…끔찍함에 홀로서기 나선 사람들

입력 2025-01-02 15:51:07 수정 2025-01-02 16:02:08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대구의 마약사범 수는 2019년에 비해 94.4% 증가했으며 경북은 83.9% 가량 늘었다. 정두나 기자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대구의 마약사범 수는 2019년에 비해 94.4% 증가했으며 경북은 83.9% 가량 늘었다. 정두나 기자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는 마음으로 '단약'했다"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대구의 마약사범 수는 2019년에 비해 94.4%나 증가했으며 경북은 83.9% 가량 늘어났다. 마약사범들의 직업군이나 나이, 투여하는 마약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도 '단약(마약류 투약을 중단하는 일)'을 외치는 이들이 있다. 앞서 마약의 고통과 위험함을 맛본 중독자들이다.

5년 전부터 찾아온 불청객, 두통 탓에 김미경(40·가명) 씨는 잠을 청하지도, 일을 하지도 못했다. 약국에서 두통약을 찾아 먹었지만 깨질 듯한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의사와 상담한 끝에, 곧바로 통증이 해소되는 의료용 진통제를 투약하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투약 주기는 점점 짧아졌다. 일주일에 한 번 맞던 약을 하루에 두세차례 맞는 일이 이어졌다. 약을 자주 맞을수록 금단현상은 끔찍해졌다. 구토를 반복해 잇몸이 내려앉고 이가 다 빠졌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가려워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긁고, 바늘로 찌르는 통증이 찾아와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계절과 상관없이 추위가 찾아와 몸을 벌벌 떠는 것도 예삿일이었다.

몸은 점점 망가지고, 원하는 만큼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도 없다 보니 '단약'을 시도했다. 그때마다 금단현상이 극심해져,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시 진통제를 찾아야 했다. 미경 씨는 "너무 아파 약을 맞을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기도 부끄러워, 홀로 단약을 시도하다 보니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마음이 약해질 때 생각나는 것도 진통제였다. 처음 의료용 진통제를 맞은 뒤 1년간 중독에 시달리다가, 금단현상을 이겨내고 약을 끊어냈다. 하지만 1년 전 우울증과 이직 스트레스가 덮치면서 다시 약을 찾게 됐다. 그는 "초콜릿을 먹어본 적 없는 아이가 초콜릿을 찾겠는가. 달콤한 맛을 경험해 봤으니 초콜릿을 달라고 조르는 거다. 약도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한 차례 약을 끊어낸 뒤 다시 중독에 빠지니, 삶은 더욱 망가졌다. 미경씨는 직장을 그만둔 뒤, 방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걱정하는 가족은 '약을 못하게 하는 방해꾼'으로 보여, 가족과의 마찰도 잦아졌다. 이들과 마주치기 싫어, 낮 동안 요의도 꾹 참을 정도였다.

그랬던 미경씨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부터다. 미경씨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가족들이 마약류 중독자의 재활을 돕는 '대구 함께한걸음센터'를 찾았다. 미경씨는 '약은 나쁜 것'이라는 당연한 소리를 들을 것이라 생각해, 센터 방문이 달갑지 않았다. 다른 중독자들과 함께 집단 상담을 받다가, 자신의 중독 경험을 말하기 부끄러워 센터를 뛰쳐나가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센터를 찾은 결과, 단약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이경랑 함께한걸음센터장과 개인 상담을 시작해, 다른 재활 프로그램에도 참여한 성과였다.

"두더지 같던 삶이, 짹짹거리는 병아리처럼 변했어요". 미경씨는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했다. 햇빛을 두려워하며 침대 위에 머물던 그는 이제 새벽 6시에 일어난다. 아침 운동을 다녀온 뒤,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집 청소를 시작한다. 오후에는 함께한걸음센터로 와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또 집안을 쏘다니며 할 일을 찾는다.

센터는 '반드시 단약에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을 벗겼다. 미경씨는 "혹여 다시 약을 찾게 되더라도, 센터와 함께 다시 일어나면 될 일이다.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고, 스스로를 탓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단약할 수 있었다"며 "가장 친밀한 사이인 가족조차 나를 믿지 않는데, 센터는 언제나 나를 믿고 기다렸다"고 했다.

미경씨도 자신의 변화가 얼떨떨하다. 그는 약을 하지 않았고 자랑하고, 칭찬받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넘겼다. 그렇게 넘긴 날들이 모여 어느덧 반년이 됐다.

다른 중독자들도 센터를 찾아 '얼떨결에' 단약하기를 바랐다. "처음에는 센터에 출석만 해도 칭찬 받아요. 혼자 하면 단약이 한없이 어려워 보이는데, 함께 하면 다를걸요?".

마약류 중독자 재활을 돕는
마약류 중독자 재활을 돕는 '대구 함께한걸음센터' 재활 프로그램 모습. 함께한걸음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