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침몰 직전 난파선에서 취할 첫 조치는 구명정을 띄우는 것이다. 망국(亡國)의 국민에게 구명정은 돈이다. 돈을 안전한 곳으로 먼저 보내고 몸이 뒤따른다. 대부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외국에 그 돈을 보내 놓는다. 근래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 투자하기 바쁘다. 50조원이 빠져나갔단다. 엄청난 액수다. 아무리 수출이 잘된다 해도 이를 메울 수 없다.
도대체 우리 국민이 왜 이렇게 됐을까? 국가가 신뢰를 잃고, '정치 리스크'가 '경제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K-신드롬' 중 유독 대한민국 정치는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다. 외신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고 외국 유명 인사들이 비아냥 섞인 놀라움을 표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국가원수인 행정수반 대통령은 '존망의 위기'에 일부 국민들의 육탄 방어에만 의존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과 '대대행에 대한 탄핵 위협'까지 말 그대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국가 권력의 마지막 보루인 군과 정보기관도 가관이다. 이들 조직의 수뇌들은 지휘 계통을 비웃듯이 언론과 유튜브에 나와 '징징거리며' 변명을 하거나,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줄줄 흘리고 있다. 권한 없이 수사에 집착하는 공수처나 엮이기를 꺼려 하는 검·경 등 수사기관들의 난맥도 종잡을 수 없다. 하드파워(Hard Power, 경성권력)가 형체도 없이 흐느적거린다.
법과 예산이라는 종국적 권력의 원천인 국회는 거대 야당 1인 독재 무소불위 권력의 난장이 된 지 오래다.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기 위해 탄핵을 남발하더니 급기야 계엄 직후 '내란의 수괴'라며 대통령을 몰아붙이던 사람들이 조속한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해 필수 요건인 '내란죄'를 빼겠다고 한다. 결국 '실체 없는 여론 재판'으로 끌고 가겠다는 꼼수다.
거기에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가 상승하니 고발부터 하겠단다. 여론 재판 의도를 자인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비상식적 행태는 '야당이 급해도 한참 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람들은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이성을 되찾을 시간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란다.
탄핵 최종 결정 기관인 헌재는 일부 편향 여론에 흔들린 졸속 결정으로, 사법부는 시간 끌기와 고무줄 재판으로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판사가 법복을 입는 이유는 '개인 판단'보다 '법적 원칙'이 앞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요즘은 개인의 '정치적 소신'에 의해 재판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영장 발부와 가처분신청에서도 판사 개인적 정치 판단에 근거해 법 조항을 적용하거나 제외해 법질서를 망가뜨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는 입법권과 행정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다. 문재인 정부의 망국적 '사법 농단 척결'의 부작용이다.
엄동설한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막아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그들 대부분은 윤 대통령에게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 분들이다. 정치권 여당 인사는 지연 전술로 분위기를 차분히 하고 대선을 준비할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들은 일관되게 '탄핵 저지' 각오뿐이다. 꼼수는 없다. 지금 상태로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기 때문에 더욱 처절하다.
탄핵이 '결정'되든 '기각'되든 여전히 큰 문제는 남지만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국민이 찬성하지만, 계산 많은 정치권 인사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해법 '개헌'이다. 필자가 지난 연말 칼럼에서도 주장했듯이, 1987년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같은 나라가 아니다. 성인 선수가 초등학교 운동복을 입고 국제 대회에서 각축하는 격이다.
탄핵이 기각되면 복귀한 윤 대통령은 국정을 이끌기 위해서라도 '6·29선언' 같은 대승적 결단과 함께 '개헌안'을 만들어 몇 개월 안에 국민의 판단을 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의미 있는 대통령으로 남는 길이다. 만약 탄핵 결정이 난다면 헌법재판관도 임명했던 권한대행이 주도해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개는 자기가 토한 음식을 다시 먹고, 돼지는 목욕 직후 구정물로 들어간다. 우리는 개·돼지가 아니다. 같은 실수를 거듭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개헌만이 국민의 존엄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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