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난방도 안 되는 쓰레기로 가득찬 집…가족 하나 없는 삶

입력 2024-12-31 06:30:00 수정 2024-12-31 09:38:10

어린 나이에 부모님 잃고 혼자 생활
30대 후반 뇌출혈로 입원 후 경제 능력 잃어
짐과 쓰레기로 발 딛을 곳 없는 집에서 생활
생활고 시달리느라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

한미숙(58·가명) 씨가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 차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추운 집에서 옷을 껴입고 생활하는 모습. 김지효 기자
한미숙(58·가명) 씨가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 차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추운 집에서 옷을 껴입고 생활하는 모습. 김지효 기자

사는 게 참 녹록지 않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은 한미숙(58·가명) 씨는 의지할 가족 하나 없는 삶을 살았다. 세상은 왜 이리 온통 적 같고, 잠에 못 드는 밤은 왜 이리도 긴지.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 차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비좁고 추운 집에서 미숙 씨는 옷을 몇 겹씩 껴입고 차가운 떡 따위를 씹으며 온종일을 보낸다. 미치지 않은 게 다행이지. 한탄 섞인 말을 읊조리며.

◆어릴 적 부모님 떠나 보내고…이혼 후 뇌출혈로 경제 능력 잃어

미숙 씨는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노점 장사를 하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기억은 거의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가족 관계가 매우 복잡했다는 점. 아버지가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두 집 살림을 한 탓에 미숙 씨에게는 19살 차이 나는 오빠 말고도 7명의 형제자매가 더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형제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고, 미숙 씨에게 가까운 가족은 어머니와 오빠뿐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미숙 씨는 어머니, 오빠와 함께 대구에서 지냈다. 어머니는 수레를 끌고 양말이나 옷가지 장사를 하며 자식들을 부양했다. 그러다 옷 가게를 차리기도 하셨지만, 집안 형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려운 형편에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미숙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기 시작했다. 양말 만드는 공장에도 다녀보고 노점 장사, 일용직, 옷 가게 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일하던 어느 날, 지인을 만나러 간 미숙 씨 어머니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돈을 빌려줬다던 지인은 길에 쓰러져 있는 어머니를 업고 왔다고 말했다.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던 미숙 씨는 그를 추궁하고 원망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20대 초반, 갑작스레 맞이한 어머니의 죽음에 미숙 씨는 한참을 괴로워했다.

그 슬픔에서 벗어났을 때쯤, 미숙 씨는 지인의 중매를 통해 가정을 꾸렸다. 어머니를 잃고 1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행복은 금방 깨졌다. 배우자와 성격 차이로 자주 다투던 미숙 씨는 결혼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별거 생활을 시작했고, 몇 년 뒤 이혼했다. 슬하에 자녀는 없었다.

악재는 연이어 불어 닥쳤다. 미숙 씨는 2002년,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했다. 2주간 병원에 있다 퇴원한 후에도 머리가 계속 아프고 이명이 심했다. 수급비를 받기 시작했지만, 형편이 계속 어려워 자활 근로나 노점 장사, 일용직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무릎이 아픈데다 손목에 물혹이 생겨 고정적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생활이 어려워졌고, 미숙 씨는 먹고 입는 것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난방 하나 안 되는 집…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짐으로 가득 차

약 7년 전, 미숙 씨는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 집 계약이 만료된 후 집주인이 방을 빼달라고 했는데, 이사비가 없어 짐을 옮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미숙 씨 짐을 밖으로 다 빼놓고 떠나라고 윽박질렀다. 일부 짐만 주민센터 도움으로 이삿짐센터를 불러 옮긴 미숙 씨는 나머지 짐을 보름 동안 수레로 직접 옮겼다. 그렇게 급하게 옮긴 집은 방 한 칸으로 좁았고, 그마저도 이사를 하며 가져온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 발 디딜 틈 하나 없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 쌓인 짐은 움직임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공기를 탁하게 했고, 미숙 씨는 몸을 웅크려 겨우 잠에 드는 좁은 집에서 내내 비염을 앓았다.

여름에는 찌는 듯하게 덥고, 겨울에는 냉골인 집. 집 안을 채우는 물건은 이사 갈 때 쓰려고 모아 놓은 종이상자와 재활용품, 옷가지 등이다. 미숙 씨는 팔 것도 있고 버려야 할 것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저히 지금 상황에서는 쌓인 물건을 끄집어내 정리할 자신이 없다고도 했다.

현재 미숙 씨는 보이지 않는 '도둑'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그는 자꾸 누가 집안에 침입해 물건을 가져가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에 10여 차례 신고했지만,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집을 옮긴 후에도 이상한 일은 반복됐다. 전자식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싶어도 지금 있는 주택 대문에는 설치할 수 없다고 해서 온갖 자물쇠를 바꿔 달아 봤으나 결과는 같았다. 미숙 씨는 언제 누가 침입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불면에 시달린다.

추운 겨울, 난방 하나 안 되는 집에서 7년째 살고 있는 미숙 씨는 굽은 손가락과 아픈 무릎으로 옷을 몇 겹씩 껴입고 생활하고 있다. 주거급여를 제외하곤 30만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보험비와 공과금, 식비 등을 감당하고 있어 떡이나 반찬 하나로 끼니를 떼운다. 10년 전 오빠와 연락이 끊긴 이후 주변에 도와줄 친구나 지인, 가족도 없는 상황. "사는 게 참 힘들다. 안 미치고 있는 게 다행이다." 미숙 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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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 이채은·이채율 양에 2,362만원 전달

보호자의 학대로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한 장애 아동 이채은, 이채율 양(매일신문 12월 17일 10면 보도)에게 2천362만2천815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임경숙 10만원 ▷전시형 10만원 ▷김영관 5만원 ▷이상준 5만원 ▷정원수 5만원 ▷김점숙 3만원 ▷조재순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일성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강병구 1만원 ▷안현준 1만원 ▷김명숙도움 3천원 ▷돕기 699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벼랑 끝에 몰린 희귀병 앓는 정윤혜 씨에 2,028만원 성금

빚더미에 앉은 채 희귀병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으며 고통 받는 정윤혜 씨(매일신문 12월 24일 9면 보도)에게 44개 단체, 135명의 독자가 2천28만1천393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상서고등학교 54만8천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연세필정신과(박혜진)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왕(김수경)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농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토탈인쇄(김창근) 3만원 ▷마린슐레(조창우)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태릉표구화랑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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