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속도내는 반도체법 뒷전…입법책임 망각

입력 2024-12-29 19:15:00 수정 2024-12-29 21:05:14

미래 성장 동력 발목 잡아
주 52시간 예외 규정 담은 특별법 연내 처리 불가능
첨단전략기금·조세특례 등 산업 경쟁력 제고위한 법안
초당적으로 조속 처리해야

삼성전자가 10만9천㎡(약 3만3천평) 규모의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통해
삼성전자가 10만9천㎡(약 3만3천평) 규모의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를 통해 '메모리 초격차' 달성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18일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에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단지 'NRD-K'의 설비 반입식을 열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으로 경제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경제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저성장 기조와 경기침체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 특별법'의 연내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해당 법안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관련 인센티브 규모는 세액공제를 포함해도 1조2천억원으로 이는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가 자국에 반도체 제조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투자에 나서자 중국도 지원액을 늘리며 추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만은 TSMC를 앞세워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외에도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반도체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각국이 반도체 산업 패권을 놓고 첨예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당장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AI칩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위기론이 확산했다.

반도체 특별법 제정은 다른 국가와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체계적인 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당초 여야는 반도체 특별법 처리에 일부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주 52시간 예외 규정을 두고 여야가 시각차를 보이다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재정·시설 지원까지 늦어지게 됐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소위원회 심사 및 통과와 산자위 전체회의 통과,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연내 국회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인력에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가 필요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이를 특별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는 노사가 합의하면 하루 근무시간을 12시간까지 늘릴 수 있어 핵심 인재들이 근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개발에 매달리고 있다"며 첨단산업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도약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경제 살리기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여야 모두 민생 안정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초당적 협력을 통해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연내 통과를 시켜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개선 과제를 발굴·건의할 방침이다. 대한상의는 "국가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분야인 만큼 현재 국회에 계류된 첨단전략산업기금법, 반도체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