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무안공항 활주로…지방공항 홀대로 연장공사 지지부진 탓?

입력 2024-12-29 16:20:04 수정 2024-12-29 20:04:23

활주로 2,800m…다른 공항 보다 800~900m 짧아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119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이 수색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119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이 수색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가 역대 국내공항 참사 중 인명피해 가장 클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가 다른 공항과 비교해 매우 짧고 연장공사도 지지부진했던 것이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호남권 유일 국제 거점 공항인 무안공항 활주로는 길이가 2천800m로 인천국제공항(3천700m), 김포국제공항(3천600m), 인근 광주공항(3천m)보다 짧다. 새로 만들 대구경북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3천500m다. 대구국제공항과 청주국제공항(2천744m) 정도가 무안공항보다 활주로 길이가 짧은 곳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짧은 활주로 탓에 전남 지역사회에서는 2007년 개항 때부터 숙원사업 중 하나로 활주로 연장을 추진해왔다. 활주로를 연장하면 장거리 국제선 비행이 가능한 '광동체 항공기'(Wide-body Aircraft) 이·착륙이 가능해서다.

하지만 사업비 확보가 여의치 않아 그동안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전남도는 2010년 이후 꾸준히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을 정부에 요청했고, 2021년이 되어서야 국토교통부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사업은 내년 연말까지 총사업비 492억원을 투입해 기존 활주로를 3천160m로 360m 늘이는 것이 골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활주로 연장 공사가 일찍 끝났다면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감소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지방공항에 대한 홀대가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마저도 지방공항은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고 폄훼하는 가운데 활주로 길이 연장에 대해 국가 예산을 받아오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활주로 길이가 짧다는 것은 이번 사고처럼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할 때 활주로가 착륙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항공기 엔진 능력이나 활주로 상황에 변수가 생기는 만큼 최근에는 활주로에 여유분을 확보하는 추세다. 활주로가 길었다고 사고가 나지는 않겠지만,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활주로가 길었다고 사고로 인한 피해가 줄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이번 사고 여객기 기종(보잉 737-800)의 경우 적재량과 착륙 상황 등의 변수를 고려해도 활주로 길이 1천800m 정도면 착륙이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활주로 길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며 "공항의 모래방어시설 등 공항에는 시설 유지 관리 및 운영을 위한 여러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춰 공항이 운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