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제2의 IMF 우려"

입력 2024-12-27 16:49:20 수정 2024-12-27 17:41:41

최상목 경제부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수행
與 "시스템 신뢰 무너진다"
野 "내란 잔당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협…내란 진압이 국정 안정"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의결정족수에 대한 설명(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의결정족수에 대한 설명(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에 대한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가 27일 현실화 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이날 여당인 국민의힘 반대 속에 국회 표결을 통과한 가운데 연이은 '국가 콘트롤 타워' 위기에 따른 국정 마비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2명 찬성,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192명, 찬성 192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안 표결이 시작되자 의장석 앞으로 몰려가 "원천 무효", "의장 사퇴", "직권 남용"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칠게 항의했으나, 개표가 진행되자 본회의장을 떠났다.

한 권한대행은 탄핵안 가결 직후 "혼란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 법에 따라 직무정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한 권한대행 탄핵안 가결 정족수에 여야 간에 논란이 있었으나,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표결 직전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안"으로 규정한 뒤 "헌법 제65조 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투표한다"고 정리했다.

한 권한대행의 직무가 공식 정지되면 후순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직을 맡게 된다.

다만 최 권한대행도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등 야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 재판관 임명, 내란·김건희 특검법,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 논란까지 여야가 대치하는 각 쟁점들이 해소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어 혼란스러운 정국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당정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야당의 탄핵 사유가 불분명하고, 행정부 수반의 직무 정지는 대내외 위기를 더욱 가중할 것이라며 잇달아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與 "기형적 상황" 성토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 종료 후 기자들에게 "이재명 대표가 권한대행 탄핵을 서두른 이유는 비상계엄 선포로 현 정부에 대해 민심이 이반된 상태에서 하루빨리 대통령 선거를 치러 대통령이 돼야 그 권한으로 자신의 범죄를 덮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반드시 국민들로부터 응분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원-달러 환율이 1천486원을 기록했고, 1천500원을 기록하면 경제 대위기가 올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대한민국 정치가 시스템으로 잘 작동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외국인에게 보여줬는데 한 권한대행 탄핵으로 그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이 강행되면 "경제 컨트롤타워인 부총리가 대통령과 총리 권한대행,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겸직해 외교·국방·안보 1인 3역을 감당하는 기형적 상황이 될 것"이라며 "여기에 외부의 불확실한 상황까지 겹쳐 제2의 IMF 위기에 대한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은 성명 발표 후 기자들에게 "(최근) 환율이 고공 행진하는데,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입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며 "환율이 (수출 성장에) 크게 작용한다. 에너지와 원자재도 대부분 수입하는데 환율이 고공행진 하면 피해는 국민들, 특히 취약계층과 빈곤층에게 갈 우려가 있어. 국정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시기에 권한 대행 탄핵은 나라를 절단 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인용으로 권한대행을 이어받게 된 최 부총리는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정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안보·국민경제·국정의 연속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탄핵 소추에 재고를 요청했다.

◆민주당 "비상계엄 부역 청산" 韓탄핵 소추 옹호

반면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에 부역한 이들을 청산하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길이라며 한 권한대행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국민 성명에서 "국민의 명령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한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과 내란 잔당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협이고 내란 세력의 신속한 발본색원만이 대한민국 정상화의 유일한 길이다. 내란 진압이 국정 안정이고 경제위기 극복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 권한대행이 탄핵에 따라 직무가 정지되면서 최 권한대행이 야권의 헌재 재판관 임명과 특검법 공포 등 요구를 받을지 주목된다. 만약 최 권한대행도 야권의 요구를 받지 않을 시 또 한번 권한대행이 탄핵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언론사 경제부장 오찬간담회에서 "권한대행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다. 많은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고 있다"고 밝혀, 권한대행 권한을 최소한으로 수행할 것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