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가슴 저미는 손편지 "어머니품 떠나 로씨야서…"

입력 2024-12-25 15:07:21

우크라군 "쿠르스크에서 사살된 북한군 병사 품에서 발견"
가장 친근한 전우 동지에게 전하는 생일 축하 내용
北, 러시아에 추가 파병과 함께 전투 장비 지원 검토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전사한 북한군 병사가 품고 있던 손편지. 출처=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홈페이지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전사한 북한군 병사가 품고 있던 손편지. 출처=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홈페이지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병사의 가슴 아픈 손편지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더욱 짠하게 다가온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살한 북한군 병사의 품에서 발견된 것이라면서 한 장의 구겨진 손편지를 공개했다.

볼펜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는 "저의 가장 친근한 전우 동지인 송지명 동무의…, 건강하길 진정으로 바라며 생일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란 글이 적혀 있었다. 편지에 적힌 날짜는 이달 9일이었다. 작성해 놓고 전달하지 못한 편지이거나 초고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우크라군은 병사가 지니고 있던 여권에 기재된 이름은 '정경홍'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는 "이건 노획한 공책의 항목 중 해독된 일부다. (공책의) 다른 항목의 번역이 진행 중이고, 더 많은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구를 축하하려는 데 파티를 여는 대신 남의 땅에서 기관총을 들고 참호를 판다면 촛불 꽂힌 케이크가 우크라이나산 5·56구경 납탄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3년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올해 8월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에서 한때 1천㎢가 넘는 면적을 점령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한 작전을 진행 중이며, 1만1천여명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파병 북한군 대부분도 이 지역에 배치돼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당국은 북한군 일부가 이달부터 전투에 투입되면서 사상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북한군의 수가 이미 3천명을 넘어섰다"고 적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추가 파병 움직임도 감지된다. 23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위해 전장에 병력과 장비를 추가로 보내려는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최근 북한군 동향' 자료를 통해 여러 출처의 정보·첩보를 통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1천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으며, 북한군은 현재 교대 또는 증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한 240㎜ 방사포와 170㎜ 자주포 등의 전력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 지도에서 공개된 자폭형 무인기 등도 생산·지원하려는 동향이 일부 포착됐다고 합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