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의 막강한 권한 두고 정치권 치열한 대결
대통령과 국회의 '이원적 정통성'의 한계 분출
대통령 거부권 VS 국회 탄핵소추안 발의…최근 급증
"87년 헌정 체제 변화 불가피"…정부‧선거‧정당 개혁
제9차 헌법개정으로 탄생한 '1987년 헌정 체제'는 올해로 39년째다. 민주화로 비롯된 대한민국 제6공화국의 한국 정치사는 극한으로 치닫는 갈등으로 점철됐다.
그 정점에는 대통령이 있었다. '국가 원수'라는 지위의 대통령은 인사권과 예산권은 물론 외교와 국방까지 막대한 권한을 보유한다. 정치권은 이러한 '대권'을 목표로 양보와 대화가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야당은 국정에 협조하기보다 정권의 실패를 통해 대권을 잡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국회의 '이원적 정통성'이라는 헌정 질서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들은 각각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다. 반복되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내 양당의 대립이 일상화됐다. 이제는 여야 대결을 넘어 거대 야당과 대통령 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이로 인해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 빈번해졌다. 1987년 이후 선출된 대통령 8명 중 5명이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거나 퇴임 후 구속되는 수난을 겪었다. 나아가 장관 등 관료들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도 최근 급증했다.
민주화 이후 국회에 발의된 탄핵소추안을 보면 ▷김영삼(1회) ▷김대중(6회) ▷노무현(4회) ▷이명박(1회) ▷박근혜(2회) ▷문재인(6회) 등 극히 제한됐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2024년 말 기준)에선 29회로, 전체 탄핵 발의(49회) 중 59.2%를 차지했다.
지난 38년 사이 실제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안 16회 가운데 13회가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했다. 행정부에 대한 엄포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통령과 국회의 정면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극단적 대결 양상은 대통령의 거부권에서도 드러난다. 1987년 이후 국회에서 마련한 법률을 대통령(권한대행 포함)이 거부한 경우는 모두 49회로, 이중 윤석열 정부가 67.3%(33회)에 달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 ▷노태우(7회) ▷노무현(6회) ▷이명박(1회) ▷박근혜(2회) 등 거부권 행사에 신중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87년 헌정 체제가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고 지적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바꾸는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선거제도와 정당구도에 대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87년 체제는 국가 원수와 행정부 수반, 군 통수권자 등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낳았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의 이중적 정통성으로 인한 여소야대의 입법 교착이 만성화됐다"며 "정부와 국회가 일치하는 내각제나 대통령과 정부를 분리하는 이원정부제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은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한국 정치의 현실과 해법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개헌을 비롯해 대통령제와 선거, 정당 등 정치개혁의 방향을 담은 시리즈를 4편에 걸쳐 보도한다.
기획탐사팀
댓글 많은 뉴스
최상목 배신, 내란 앞잡이?…윤석열 지지 폭등 [석민의News픽]
"尹, 목숨 걸 용기도 없이 계엄" 조갑제·정규재 한목소리
尹 강제 수사 선 넘은 사법부·공수처…절차적 하자 정황 드러나
공수처, 결국 尹체포영장 집행중지…"피의자 태도 유감"
이재명 "법은 평등…누군가의 아집에 전체가 희생돼선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