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내란죄·조기 대선·李 대선 후보 기정사실화한 선관위

입력 2024-12-23 05:00:00

정치 현수막 설치 허용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편파적 결정이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선관위는 최근 조국혁신당이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의 지역구(부산 수영)에 내건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게시를 허용했다. 정 의원이 이에 대응해 '이재명은 안 된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려 했으나 선관위는 '게시(揭示) 불가'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는 정 의원 현수막 불허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음을 든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 된다'는 문구는 "특정 후보에 대한 낙선 목적의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현재 조기 대선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에 있다. 조기 대선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을 때 현실이 된다. 인용일지 기각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따라서 선관위의 결정은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은 물론 대선 출마 선언도 안 한 이 대표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어이없는 예단(豫斷)이다. 누가 그런 권한을 줬나.

조국혁신당 현수막 허용 결정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首魁)인지는 수사 중이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못 박은 현수막 설치를 허용하는 것은 '윤석열=내란 수괴'라는 야당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정치적 편향은 물론 무죄추정원칙의 위배라는 점에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 의원이 내란 공범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국회의원이 국회 표결에 불참하는 것은 찬성표나 반대표를 던지는 것과 똑같이 법으로 보장된 의사표시 권리이다. 그런 점에서 선관위가 조국혁신당 현수막 게시를 허용한 것은 이런 합법적 의사표시 권리를 부정하고 '내란 동조범'이라는 정치 선동을 합법화하는 것이다.

선관위의 이런 결정은 모두 예단에 따른 것인데 이런 식으로 선관위가 수사기관과 헌재의 역할까지 한다면 윤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도, 헌재의 탄핵 심판도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