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조두진] 사냥개와 하이에나

입력 2024-12-18 21:08:15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12·3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21세기 대한민국의 '속살'이 드러났다.

검찰,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들은 윤석열 대통령 수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누가 먼저 윤석열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워 공(功)을 세울 것인가에만 골몰하는 것 같았다.(대검찰청과 공수처는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수사는 일원화하기로 18일 합의)

그뿐인가, 야당 의원의 압박성 질문에 법적 요건도 따져 보지도 않고, 대통령 긴급 체포가 가능하다는 듯이 답을 하거나, 윤 대통령이 해외 도피 가능성이 없음에도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까지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권력의 사냥개' 소리를 듣던 집단이 주인이 바뀐 것 같으니 '옛 주인'을 무는 격이다. 이런 것을 주인에 충성하지 않고, 사냥에 충실한 모습이라고 평가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군인들도 마찬가지다. "군인은 맞든 안 맞든 명령에 따라야 한다"라는 말을 남긴 장성(將星)이 있는가 하면,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지휘해 놓고 "부대원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했다"며 기자회견을 연 군인도 있었다. "나는 몰랐다"거나 "명령 이행을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는 등 해명을 늘어놓은 장성도 있었다.

만약 비상계엄이 성공했더라도(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장성들이 '명령 이행을 최대한 이행하지 않았다'거나 '대통령의 명령 내용'을 폭로하며 참회하는 태도를 보였을까. 권력의 충견(忠犬) 노릇을 하다가 상황이 바뀌면 곧바로 하이에나로 돌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군인이라면 '명령에 따랐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것이 당당하지 않나. 북한 김정은은 장성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법원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1월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6-3-3원칙에 따라 2심과 대법원 재판이 3개월씩 걸리면 새해 2월 15일 2심, 5월 15일 안에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한다. 법원은 과연 원칙대로 재판을 진행할까? 아니면 법의 판단까지 선거에 맡겨 버릴까? 법과 법원이 존재해야 하는지, 없어도 되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