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일본 최고의 명문 사학 게이오 대학의 전신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를 창립한 후쿠자와 유키치는 기존의 막부 정치를 종식시키고 서양의 문물을 수용하여 개혁할 것을 역설하며, 당대 일본 엘리트들의 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일본 자유주의의 시조 중 한 사람으로 교육자이자 계몽 사상가였던 그는 격변의 시대를 맞은 일본이 서양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힘주어 강조하며, 교육과 저술을 통해 국민들을 계몽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뿐만 아니라 유길준, 윤치호 등의 조선인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구한말 개화파 지식인 김옥균, 박영효와도 친분을 맺어 온 사이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자신의 저서 <학문의 권장>에서 "어리석은 백성 위에는 가혹한 정부가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는 정부가 가혹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백성이 스스로 불러들인 결과이며, 슬기로운 백성 위에는 좋은 정부가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고 말한다.
그는 당시 일본의 상황을 관찰하면서 결국 일본 국민의 어리석음이 가혹한 정부를 초래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아가 인민이 무학문맹이면 정부의 법은 더욱 엄해지며, 인민이 학문을 열심히 하여 사물의 이치를 알고 문명을 제대로 받아들인다면 정부의 법은 관대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시민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모든 시민 각자가 행동을 바르게 하고, 학문에 정진하며, 사물에 대해 넓게 알아야 한다. 또한, 자기 신분에 맞는 지혜와 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정치를 시민들이 알기 쉽게 펼치고, 모든 시민이 정부의 지배로 인해 고통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세금을 정당한 곳에 사용하며 법을 통해 악한 이에게 벌을 주고 선한 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법을 통해 시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은혜'가 아니라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민이 관직에 있는 이들을 존중해야 하지만, 이는 그들이 존경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들이 그들에게 부여한 일을 수행하며 국민을 위한 법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반 국민에게 소중한 것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국가의 "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나라의 폭정은 폭군이나 관료들의 잘못된 소행만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는 시민의 무지가 불러들인 재앙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시민이 폭정을 피하려면 하루속히 학문에 정진하여 자신의 재주와 덕행을 높이고 정부와 동등하게 상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권장하는 학문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후쿠자와 유키치에게 근대화는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만이 아니라 내면적인 문명화를 포함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학문은 필수적이라고 믿었다.
그는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는 배움에 달려있으며,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결국 학문의 힘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본분에 맞는 재능과 덕행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물의 이치를 깨쳐야 하며, 학문에 뜻을 두고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는 특히 일상생활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실학(實學)을 강조하며 남녀노소, 상하귀천 없이 누구나 쌓아야 할 소양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모든 국민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신의 독립을 이루어야만 국가의 독립을 성취할 수 있다고 보았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천재는 천재가 발견하고, 위인은 위인이 발견한다."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수준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글로벌 정치경제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전환되고 한미관계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아무리 봐도 지금은 국가의 총체적 위기라고 보이는 마당에 우리 정치는 여전히 당파싸움으로 '대한민국호'는 갈 길을 잃고 있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결코 그 나라 국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쩌면 오늘날 정치가 형편없는 것은 우리의 어리석음이 낳은 결과일지 모른다. 학문은 일부 학자,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 학문에 정진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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