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학대·방임으로 시설 입소한 자매…재활치료 필요

입력 2024-12-17 06:30:00 수정 2024-12-17 11:10:00

계부 폭력·친모 방임…아이들 책임질 보호자 없어
계부 학대로 형제자매 넷이 아동 보호 시설 입소
자매, 지난해 장애 진단 받아…재활치료 받아야
시설 예산 한계로 언어치료에만 집중…다른 치료도 필요

보호자의 방임 및 학대로 지난해 아동 보호 시설에 입소한 이채은(11·가명) 양과 이채율(10·가명) 양이 함께 피아노를 치고 있는 모습. 김지효 기자
보호자의 방임 및 학대로 지난해 아동 보호 시설에 입소한 이채은(11·가명) 양과 이채율(10·가명) 양이 함께 피아노를 치고 있는 모습. 김지효 기자

어떤 고통스러운 기억은 몸 안에 똬리를 틀고 앉아 평생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창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시기에 이채은(11·가명) 양과 이채율(10·가명) 양은 보호자로부터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하고 가정에서 분리됐다. 폭력의 기억으로 성인 남성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어린아이들은,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방학이 되면 가정으로 돌아가 계부를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친모 방임·계부 학대로 아동 보호 시설 입소한 자매

채은 양과 채율 양의 어릴 적 기억에는 바다가 있었다. 포항에서 한 살 터울로 태어난 둘은 잦은 이사로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가끔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바다를 찾았다. 자매를 잘 챙겨준 첫째 오빠, 장난기 많은 둘째 오빠와 아버지, 어머니. 여섯 가족은 부모님이 성격 차이로 자주 싸우다 헤어지기 전까지는 여느 가족과 다를 바 없었다.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는 다른 남자를 집으로 데려왔다. 대구로 이사 온 뒤, 채은 양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잘 대해주던 계부는 얼마 못 가 본색을 드러냈다. 아이들이 잘 때 옷을 입고 잔다고 화를 냈고, 툭하면 아이들을 때리고 벌을 세웠다.

어머니가 관심을 주지 않고 육아를 회피할 때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신체적 학대를 당한 자매의 첫째 오빠가 가장 먼저 아동 보호 시설로 분리돼 집을 떠났다.

다음 순서는 채율 양이었다. 지난해 여름, 계부는 밤에 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채율 양 얼굴을 이불로 눌러 숨이 막히게 했다. 놀라서 옷도 입지 못하고 도망친 아이를 이웃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고, 그렇게 채율 양은 가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채은 양은 4년여 전 어머니의 정서적 학대와 방임으로 경찰에 신고된 바 있었는데, 이후에도 계부의 폭력을 겪다 지난해 여름에야 아동 보호 시설로 분리됐다. 지난해 말 두 자매가 같은 시설로 자리를 옮겨 함께 지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둘째 오빠마저 다른 시설로 분리됐다. 원가정에는 계부와 어머니 사이에 난 두 살배기 다섯째만 남았다.

채은 양과 채율 양은 계부에게 학대당한 기억으로 성인 남성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자매가 지내는 시설 가까이에 집이 있어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계부는 이사 직전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자매가 입소한 시설에 찾아왔다.

계부는 시설 종사자들에게 자매를 데려가겠다며, 학습 능력이 낮고 언어 사용에 문제가 있는 자매가 장애 진단을 받게 해달라고 종용했다. 가끔 시설을 찾는 자매의 어머니는 채은 양과 채율 양을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차별 대우하기도 했다.

채율 양이 말을 잘 듣는다며 동생 선물만 사오고, 언니인 채은 양은 얼굴도 보려 하지 않는 식이었다. '나는 너를 포기했다'는 식의 말로 딸을 상처입히는 모습을 보다 못한 시설 종사자들이 모녀 사이 화해를 주선해야 할 정도였다.

◆최근 장애 진단받은 자매…꾸준한 재활치료 필요

학대 피해자인 자매는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고 우울감이 심했으며 이따금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지난 8월 경증 장애를 진단받았다. 채은 양은 초등학교 5학년, 채율 양은 4학년이었으나 여전히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했고 지적 수준이 6세 정도였다.

채은 양과 채율 양은 공동생활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잠옷을 갈아입고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숙제를 집에 가져오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시설에 처음 입소했을 때는 책도 읽을 줄 모르고 글자도 따라 쓰지 못했으며, 두 아이 모두 발음이 부정확하고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 꾸준한 의료적 지원이 필요했다.

자매는 지난해 겨울부터 재활치료를 받고 난 뒤 책을 읽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언어이해력이 떨어져 대화가 이어지기 힘들고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 의료적 지원을 꾸준히 받으면 채은 양은 경계선 지능을 바라볼 수도 있다는 평이다. 채율 양은 그만큼 지능을 끌어올리긴 어려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덜 가게 발음 교정을 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채은 양과 채율 양은 병원과 바우처 카드를 쓸 수 있는 외부 기관에서 주 2회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심리 치료나 인지 치료도 필요하지만, 금전적 한계로 언어 치료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자매의 재활치료비는 각각 회당 6만원 수준으로 상당한데, 의료 기관에서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상황. 한 명이 한 가지 치료에만 집중해도 연간 치료비가 수백만원이 드는 셈이다. 자매를 돌보는 시설 선생님은 예산 한계로 아이들 치료를 양껏 지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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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건강 문제로 직장 잃고 매일 끼니 걱정하는 박진수 씨에 2,440만원 전달

허리 협착증으로 직장을 잃은 뒤 생활고로 이혼하고 끼니 걱정에 시달리는 박진수 씨(매일신문 12월 3일 10면 보도)에게 2천440만3천715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성옥 1만원 ▷김진혹 5천원 ▷김건율 2천원 ▷이장윤 2천원 ▷어려운시기엔돕자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루하루 쇠약해져 가는 고진형 씨에 2,534만원 성금

다리에 두 차례 화상을 입은 후 신장 이상까지 찾아와 누운 채로 움직이지 못하는 고진형 씨(매일신문 12월 10일 10면 보도)에게 48개 단체, 157명의 독자가 2천534만4천756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알뜰주유소 143만6천782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까꾸리웰빙손칼국수(이미숙)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상서고등학교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제일안과병원(이규원)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배민경)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매일신문 대구시내 지국장 일동 14만1천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두드림정신건강(정진영)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야탑중 방송부 2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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