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폭풍' 격랑 속 '대왕고래' 이번 주 출항

입력 2024-12-15 17:01:17 수정 2024-12-15 21:36:11

1차 시추 예산 98% 삭감에 석유공 자체 부담으로 우선 추진
향후 해외 투자 유치 추진 '흔들림없는 정책 추진이 국가 신뢰도 높여'

9일 오전 부산 남외항에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9일 오전 부산 남외항에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입항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웨스트 카펠라호는 보급기지인 부산신항으로부터 7∼8일간 시추에 필요한 자재들을 선적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오는 17일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첫 시추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되면서 프로젝트 지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예정된 프로젝트는 우선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시추선인 웨스트카펠라호가 지난 9일 부산외항에 입항해 보급품을 선적한 뒤 오는 17일쯤 영일만 앞바다 유전 예상 지역에서 시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1차 시추작업과 관련해 정부가 담당할 예산분(전체 비용의 50%) 약 506억원 가운데 무려 98%가 삭감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한때 대왕고래 프로젝트 전체가 위태한 것 아니냐는 절망 섞인 분석도 적지 않았다.

총 5차례로 예정된 시추탐사 작업이 시작부터 재원마련에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예산 확보도 장담할 수 없게 된 탓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미 계약이 완료된 1차 탐사작업 비용 모두를 자체 충당하고 2차부터는 해외투자 유치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을 발행해 부족한 정부 예산부분을 만회하는 방법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한국석유공사 등은 영일만 앞 바다의 석유와 가스 부족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해외 투자유치가 비교적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부터도 1차 시추작업을 국내 힘만으로 시작하고 2차부터는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었다"면서 "조금 힘들겠지만, 프로젝트 자체가 흔들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7개 유망구조에서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가스전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국내 소비량을 기준으로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4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낙관적인 전망만을 내놓을 순 없지만, 과거 포항에서 수십년 동안 석유와 가스가 수차례 발견된 점을 감안하면 산유국의 희망 역시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아울러 탐사 시추부터 생산까지 10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까닭에 그동안 영일만항 개발 및 북방항로 개척 등 부차적인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

경북 포항지역에서는 철강경기 침체 등으로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통한 장기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또한,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안한 정국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이 해외 투자 유치를 비롯해 국민 불안감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흔들림 없는 현안 추진과 소통을 통한 불안감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하나로 힘을 모은다면 어떠한 위기 상황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