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경선 개통 첫날 직접 타보니…구경꾼들로 북새통

입력 2024-12-14 21:52:29

두 량 열차 가득 채운 승객들…타지서 구경 온 경우도
지역민, 생활권 확장, 대중교통망 연결성 향상에 기대감
선로 변경 시 불안한 승차감은 보완 과제

서대구역에서 시민들을 실은 대경선 열차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남정운 기자
서대구역에서 시민들을 실은 대경선 열차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남정운 기자

14일 이른 오후 대구역. 어느덧 대경선이 추가된 안내판을 따라가자, 기존 열차 승강장 뒤쪽에 세워진 도시철도 개찰구가 보였다. 승강장은 줄을 선 시민들로 가득했다. 전광판에 '동대구역에서 열차가 접근 중'이라는 안내문구가 나오자, 일부 시민들은 카메라와 핸드폰 등을 들고 곧 진입할 열차를 기다리기도 했다.

비수도권 첫 광역철도인 대경선이 이날 오전부터 운행을 시작한 가운데, 이를 직접 타보거나 구경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승강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대경선은 경북 구미에서 대구를 거쳐, 다시 경북 경산까지 61.9㎞ 구간을 잇는 광역철도다. 하행 열차를 타면 구미역에서 서대구역까지 약 37분, 상행 열차로는 경산역에서 동대구역까지 약 11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대경선 열차는 기존에 운행 중이던 도시철도1‧2호선 지하철과 비슷한 내‧외관을 지녔다. 다만 열차 길이는 두 량으로 비교적 짧았다.

시민들로 가득 찬 열차 내부는 '출근길 지하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붐볐다. 이중 절반가량은 이동보다도 구경을 위해 탑승한 눈치였다. 열차 내부의 인파를 핸드폰으로 찍어 지인에게 전송하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열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승객도 적잖았다.

동대구역에서 탑승해 서대구역에서 하차한 김성민 씨는 "마침 달서구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오늘부터 대경선이 운행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도시철도 1호선을 이용했다면 더 편리했겠지만, 조금 돌아가더라도 대경선을 한 번 타보고 싶어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타지에서 열차를 구경하러 온 '철도 마니아'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오전 평택에서 왔다는 손규석 씨는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를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손씨는 "멀리 살아서 첫 차를 보진 못했지만, 충분히 예쁜 사진을 찍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오길 잘한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지역민들은 대경선 운행으로 향상된 '연결성'에 주목했다. 구미 경산 등 주변 지역과의 생활권이 합쳐지는 건 물론, 대구 내부 기차역들이 모두 광역철로 연결된 것 또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대경선을 타면 서대구역에서 약 10분만에 동대구역에 도착할 수 있다.

대학생 이현성씨는 "서울을 보면 주요 기차역들이 모두 도시철도로도 이어져 있지 않나. 기차역은 해당 권역 대중교통의 중심지인 만큼, 기차역끼리 쉽게 오갈 수 있는 것도 대중교통 연결망 구축에서 중요한 요소라 본다"며 "그런 맥락에서 대경선으로 동대구역-대구역-서대구역을 쉽게 오고갈 수 있어진 게 좋아 보인다"고 짚었다.

또한 대경선은 기존 경부선의 선로 여유용량을 활용한 만큼, 기차와의 환승 편의성이 눈에 띄었다. 서대구역과 동대구역은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는 것만으로 KTX 환승이 가능했고, 대구역은 도보로 100m정도만 이동하면 바로 경부선 기차 승강장으로 나갈 수 있었다.

다만 가끔 불안한 승차감과 이에 따른 안전 문제는 점차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로 보였다. 이날 운행 중 선로를 변경할 때마다 차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이때 중심을 잃은 승객들이 다른 사람과 부딪히면서 차내가 술렁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