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연 기자의 한페이지]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 대표이사 "선거 브로커로 오해…유능한 메이커가 꿈"

입력 2024-12-11 15:09:55 수정 2024-12-11 18:09:16

16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의원 보좌관 경력만 20년…"선거 컨설팅에 큰 도움"
정책 문제 제기하고 알리는 일…후보 A부터 Z까지 '선거 컨설팅'
"명태균, 거간꾼·선거 브로커에 가까워"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기성 정치인 바뀌어야

정치 컨설팅사 ㈜엘엔피파트너스의 이주엽 대표가 국민에게 생소한 정치 컨설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소연 기자
정치 컨설팅사 ㈜엘엔피파트너스의 이주엽 대표가 국민에게 생소한 정치 컨설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소연 기자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권이 연일 소란스럽다. 계엄령 선포 사태가 있기 전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었던 것은 바로 '명태균 게이트'다. 스스로 정치 컨설턴트라고 칭하는 명 씨는 여론을 조작하고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은 혐의 등으로 문제가 됐다.

정치 컨설턴트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가. 정치 현안을 분석하는 정치 평론가를 방송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보니 이들과 정치 컨설턴트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는 대중들도 많다. 그러나 정치 컨설턴트의 본업은 '선거 기획자'에 가깝다. 지난달 28일 정치 컨설팅사 ㈜엘엔피파트너스의 이주엽 대표를 만나 국민에게 생소한 정치 컨설팅에 대해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법무법인 이유에 소속돼 공공정책 컨설팅을 하고 있다. 20년간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하다가 2019년부터 엘엔피파트너스를 세우고 정치, 선거 컨설팅을 전문으로 한다.

-공공정책 컨설팅이 좀 생소한데.

▶공공정책 관련해서 중소 중견기업과 정당이나 의원을 이어주고 협력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 이슈성이 있고 제도, 입법 미비가 확실하다고 보여지는 사안을 선별해 제안하는 거다.

예컨대 2차 전지 같은 신수종사업들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2차 전지의 양극재를 만드는 것이 전구체다. 전구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십만 톤의 공업용 폐수가 나온다. 이 고염도의 폐수를 여과해서 바다에 직방류하는데 이 기준이 없어서 내가 정책 제안을 했다. 이런 식으로 국회의원실을 통해서 정책 문제를 제기하고 알리는 일을 종합적으로 매니지먼트 하는 거다.

-정치 컨설팅과는 좀 달라 보인다.

▶정치 컨설팅이라고 부르지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선거 컨설팅이다. 선거에서 후보가 되려고 하는 자에게 선거의 A부터 Z까지 알려주고 기획해 주는 일을 한다. 후보가 되려는 자의 성격, 직업, 경력 등을 파악하고 SWOT 분석을 해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기획한다. 최소한 선거 1년에서 1년 반 전부터 호흡을 맞춰서 차근차근 리빌딩을 한다. 올해 국민의힘 국민 추천제로 화제를 모은 우재준 의원과 경북의 정희용 의원, 구자근 의원 등 유수의 의원분과 함께 일해왔다.

-비상계엄령 사태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명태균 사건이 논란이 됐다. 명태균 씨도 정치 컨설턴트라고 하던데, '도대체 정치 컨설턴트가 뭐냐', '사짜 브로커 집단이냐'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정치 컨설팅도 공식적이고 정공법적인 방식이 있는가 하면 명태균 씨처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껏 언론보도로 드러났듯이 여론 조작을 시도하고 권력 관계를 이용해서 공천을 조작하고, 그 과정에서 대가를 받는 등의 행위는 정치 컨설팅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나도 여론조사 한다. 그렇지만 내가 만든 연구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식 여론조사 기관에 맡겨서 한다. 정치인들을 서로 소개해 주지만 그 과정에서 대가를 받거나 하진 않는다. 여의도에서는 부정한 방법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정치 컨설턴트가 아니라 '거간꾼', '선거 브로커'로 바꿔 부르는 사람이 많다.

-정치 컨설팅을 하시기 전에는 16대~20대 국회 정책 보좌관 일을 오래 하셨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보좌관 일을 하기 시작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이미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같은 과 출신 선배들이 많았다. 어느 날 그 선배들이 '어디 자리가 비었는데 들어가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정책 보좌관은 국회의원 활동 전반을 지원해 주는 일은 한다. 정치 컨설팅과는 다르다. 정치 컨설팅과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일단 국회의원이 되고 나면 컨설팅을 받을 필요가 없다. 자신이 내세우는 정치 철학, 정책을 홍보해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일이 중요한 입장이니 그렇다. 개인적으로 보좌관 생활이 훨씬 더 잘 맞다. 오래 해와서 능숙한 것도 있고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이라 잘 맞더라.

-16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20년이다. 총선 때마다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 선호가 어떻게 달라졌나.

▶매번 유권자의 선호를 분석해야 한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16대 때는 관료 출신이 인기가 매우 많았다. 엘리트 출신들이 영웅처럼 나라를 잘 이끌어주겠지, 하는 심리가 있었다. 지금은 수평적인 관계의 정치인을 유권자가 좋아한다.

-북유럽 국가의 의원들이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사진을 두고 '한국 국회의원들도 본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을 때가 있었다. 한국은 승용차에, 보좌진 7명씩 데리고 다니지 않나.

▶20년 사이에 보좌진 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16대 때만 해도 4명 정도였다면 지금은 6명 정도로 많아졌다. 나는 이것보다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구 유럽 보좌진은 2명인데 우리는 특권의식이 심하다고 줄이라는 것은 너무 단순한 비교다. 노르웨이나 덴마크 같은 국가 인구가 우리나라 1/10 정도다. 기본적으로 완성된 사회복지제도가 있다.

한국은 사람도 10배로 많고 교육이나 의료 등 사는 데 필요한 서비스들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민원성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인구 수도 많고 민원도 많은 거다. 특권 문제는 해결해야 하지만 한국의 특성을 반영해서 볼 필요는 있다.

-'정치'하면 "피로하고 신물 난다"고 생각하는 대중들이 많다.

▶급격한 사회 분화 때문에 충돌이 많으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다. 이것은 정치의 문제다. 시대 변화는 빠른데 정치가 게을러서 그렇다. 아까 2000년대부터 관료 출신 후보의 인기가 높았다고 했다. 그런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특권의식이 있다. 본질적으로 사회 변화에 대응할 탄력성이 낮은 집단인 거다.

반면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모바일 위주의 사회가 되면서 그 속도는 빨라졌다. 국민은 자유로운 시공간에서 더욱 다채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똑똑해지고 비판의식이 높아졌다. 그런데 정치는 거기에 대응하지 못했고 지금도 못하고 있다. 기성 정치인이 따라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포기한 거다.

-한국 정치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냥 변화가 아니라 인위적이고 혁명적인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성 정치인들이 자기 자리를 내어놓지 않는 정치를 하고 있다. 젊고 전문적인 인재들을 육성하고 티오를 배정해야 한다. 거대 정당들이 해줘야 한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 '하는 척'만 했지 실질적으로 거의 안 했다. 10년 전에 IT업계, 사회 소외계층 등 각계각층에서 인물 5명만 발굴했어도 지금쯤 어엿한 정치인으로 자리잡고 있었을 거다.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대를 걸만한 게 젊은 정치인들이다. 젊은 감각을 가진 활동적인 청년들이다. 암호화폐나 코인, AI 영역을 잘 아는 청년이 필요하다. 여성과 장애인 문제와 관련해 경험이 많은 청년도 육성해야 한다. 기성 정치인은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부족하다.

-정치 쪽에 오래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치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람의 따뜻한 마음을 얻는 것이 정치나 선거의 속성이자 매력이다. 나 역시 그런 걸 좋아하고 사람들과 교감을 잘 하는 편이어서 오래 몸담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얻으려면 상대의 뜻과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한다. 그리고 손해 봐도 괜찮다는 이타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치판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실은 양보나 이타심이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 컨설턴트들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대단한 인물을 만드는 사람들 아닌가. 나 역시 그런 자세로 유능하고 친절한 메이커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