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협박' 당한 충암고 학생들 "재학생 비난 멈춰 달라" 호소

입력 2024-12-10 14:13:06

학생회 공식 입장문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모교인 충암고등학교의 이윤찬 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세현 충암고 학부모회 회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모교인 충암고등학교의 이윤찬 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오세현 충암고 학부모회 회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충암고 재학생들이 학교와 재학생들에 대한 비난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10일 충암고 학생회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12·3 사태로 인한 시민의 분노는 충암고 학생회 또한 백번 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학생회는 "대통령 및 논란의 인물들은 충암고를 졸업한 지 40년이나 지난 졸업생"이라며 "충암고를 잠시 거쳐 간 인물일 뿐 재학생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충암고 출신인 이른바 '충암파'에 대한 비난이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 국방부 장관까지,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국무위원 자리가 모두 윤 대통령의 충암고 라인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계엄선포시 주요 사건 수사 지휘하고 정보, 수사 기관을 통제할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지는 방첩 사령관, 대북 특수정보 수집 핵심 기관인 777 사령관, 대통령실 경호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장 등이 모두 충암고 출신이다.

이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학교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교명을 '계엄고'로 바꾸라는 조롱이 쏟아지는 등 재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학생회는 "사태 이후 교복 입은 학생에게 폭언하고 취업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거나 교무실에 항의 전화하는 등 피해 사례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며 "충암고는 학교 정상화, 체육관 공사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단 한 번도 특혜를 기대하며 졸업생과 접촉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충암고와 재학생을 향한 비난을 멈춰주시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고 펼쳐나가도록 도와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겠다"고 호소했다.

충암고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지난 6일 재학생의 사복 착용을 내년 2월까지 허용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낸 데 이어 전날엔 경찰에 등하교 시간 순찰을 강화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한 오세현 충암고 학부모회장은 "잘못은 윤 대통령이 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이 받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며 "탄핵이나 나라의 걱정은 우리 부모들이 막고 아이들이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게끔 도와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