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달서구서 시범운영… '응원집회' 속 헛걸음 하는 시민들

입력 2024-12-09 16:44:54 수정 2024-12-09 21:47:59

31일까지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서 시범운영
일부 시민 헛걸음… "격주로 쉬는 등 대책 마련해주길"
달서구청, 반대 입장 고수… "조례 없이 시행 불가"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70여명의 공무원들이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70여명의 공무원들이 "시민도 공무원도 불편하다, 점심시간 교대근무 폐지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가 9일 점심시간 휴무제 시범운영을 시작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헛걸음을 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시범운영 주최인 달서구청 노조는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애로사항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달서구청은 여전히 시행 근거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고수했다.

9일 오전 11시 50분 대구 달서구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 앞.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와 달서구지부(이하 달서구청 노조) 소속 공무원 70명은 점심시간 휴무제 시범운영 첫날을 맞이해, 응원 집회를 열었다. 앞서 달서구청이 점심시간 휴무제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반대 입장을 내놓은 만큼, 구청이 시범운영을 제지할 경우 항의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정오가 되자 집회 참여자들은 현수막과 안내판으로 민원실의 입구를 막고 결의문을 낭독했다.

김규환 달서구청 노조지부장은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방문하는 이들은 급감했으나, 단체장들은 점심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점심시간에 쉴 수 없다는 시행령을 폐지하거나 휴식 근거 규정을 만드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며 "민원실 공무원은 점심시간 동안 김밥 한 줄도 다 먹지 못하고 업무를 보고 있다"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달서구청 노조는 9일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범운영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점심시간에 소수의 근무자가 민원을 처리하느라 대기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며, 법원이나 우체국 등 다른 공공기관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정대로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는 시범운영기간인 오는 31일까지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 민원실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민원실 재방문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민원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공무원들은 민원실 내부에서 간편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시범운영 소식을 듣지 못한 5명 남짓의 주민들은 민원실 문앞을 서성이다 떠났다. 오후 12시 20분쯤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A씨는 "주민등록등본을 떼려고 방문했는데, 입구가 막혀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오늘은 여유가 있어서, 급하게 무인민원기를 찾거나 다른 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고 했다.

휴무제가 확대된다면 불편함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정오 직전에 민원실을 이용한 진미정(50) 씨는 "급하게 서류가 필요하거나 도저히 여유가 없을 때는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걱정이다"며 "다른 동 행정복지센터와 격주로 쉬는 등 언제나 서류를 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이곡2동에서 벌어진 혼란이 대구 각지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구와 수성구, 달성군에서도 시범 운영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부는 이곡2동의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시범운영 확대 시 혼란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달서구청 측은 시범운영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시범운영지가 확대된다고 해도,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근거 조례가 없이는 휴무제를 시행할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조례 내용 역시 달서구청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고, 각 구군청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