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져…파지 수거 일 하며 생계 유지
이혼 후 모시고 살던 어머니, 대장암으로 떠나보내
혼자 살다 두 차례 화상 입고…신장 이상으로 몸져누워
입원 치료 필요하나 병원비 걱정에 거부…점차 의식 흐려져
두 차례 화상을 입어 흉터로 거뭇거뭇 뼈만 남은 앙상한 다리와 힘 없이 축 늘어진 몸. 수개월 째 온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는 고진형(73·가명) 씨의 모습이다. 진형씨는 신장에 이상이 있어 당장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병원비 걱정에 병원 가는 걸 거부하고 있다.
그는 다섯달 째 약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속이 부대껴 우유나 음료를 마셔도 죄 토하기 일쑤고,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내고 나면 연신 기침이 터져 나왔다. 기력이 없어 맨정신으로 깨어있는 시간이 드문 진형 씨는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다.
◆파지 수거해 생활…이혼 후 모시고 살던 어머니 5년 전 떠나보내
진형 씨는 1950년 대구 서구에서 네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6.25 전쟁통에 자란 진형 씨의 어린 시절은 당연하게도 넉넉지 못했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의 연속에, 일상은 언제나 불안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버지는 일용직을 하며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어머니가 하숙집을 운영하며 네 아이를 부양했다. 자신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지 관심도 없었고, 용돈 한 번 준 적 없던 아버지. 어쩌다 집에 들어온 아버지는 어머니가 벌어둔 돈만 가지고 다시 집을 떠났다.
진형 씨는 이복형과 셋째 남동생, 넷째 여동생과 그리 각별한 사이도 되지 못했다. 4남매는 중학교까지 다닌 뒤 각자 삶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가족들과는 연락도 거의 닿지 않았다.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한창 방황하는 삶을 살던 진형 씨는 20대가 돼 파지 수거 일을 시작했다. 트럭을 몰면서 고철을 주워 팔았고, 그 돈으로 힘겹게 생계를 유지했다.
30대에 접어들어 배우자를 만난 진형 씨는 결혼 4년 차, 딸아이를 하나 입양해 키웠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딸이 6살이 되던 해, 성격 차이로 배우자와 이혼한 진형 씨. 이혼 후에도 배우자, 딸과 몇 번 안부를 주고받던 진형 씨는 어느 날,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는 딸의 부탁에 완전히 혼자가 됐다.
진형 씨는 이후 나이 든 어머니를 모시며 살았다. 집을 나가 살다시피 하던 아버지가 수년 전 눈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홀로 지내고 계시던 참이었다. 동생 명의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고철을 모으며 생계를 어렵게 유지하던 진형 씨는 5년 전 어머니마저 대장암으로 잃고 말았다.
사람 온기가 없는 방에서 홀로 지새는 밤은 언제나 외로웠다. 나이 들어서 생긴 당뇨를 제외하곤 건강한 몸 만이 진형 씨가 가진 자산 전부였다. 하지만 진형 씨는 최근 그 유일한 자산마저 잃게 됐다.
지난해 무좀 치료를 위해 빙초산을 희석해 족욕을 하던 진형 씨는 발에 큰 화상을 입었다. 당뇨 등으로 감각이 둔해져 발을 빼야 할 시점을 몰랐다는 게 문제였다. 새까맣게 타버린 발 때문에 세 차례 수술을 받은 진형 씨는 병원에서 의료비 지원을 받아 겨우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2차 화상, 신장 이상…몸져 누운 뒤 날마다 의식 흐려져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집안 난방이 고장 난 올해 초, 겨울이었다. 추운 날씨에 전기난로를 틀어놓고 생활하던 진형 씨는 두 다리 전체에 화상을 또 한 번 입게 됐다. 진물이 나는 화상 입은 다리로 절뚝거리며 일상생활을 하던 진형 씨는 같은 집에 세 들어 사는 이웃 도움으로 병원에 가게 됐다. 입원 기간 닷새 동안 나온 병원비는 200만원. 파지 줍는 일로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살던 진형 씨에게 그 돈은 전 재산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입원 치료를 더 해야 했지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진형 씨는 이웃에게 돈을 빌려 퇴원했다. 다리를 다쳐 거동이 어려워지자 휠체어를 타게 됐다.
그맘때쯤 얼굴과 다리가 자주 퉁퉁 붓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대학병원에 방문한 진형 씨는 신장 이상을 진단받았다. 외래진료를 받던 그는 지난 6월, 투석과 신장이식이 필요하다며 입원 권유를 받게 됐다. 올해 초 화상을 입었을 때 나온 병원비가 생각나 즉시 병원을 벗어난 진형 씨는 얼마 못 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거동을 전혀 하지 못해 기저귀를 차고 생활했으며, 식사도 어려워 기력 없이 누워서 하루를 보냈다. 이웃이 진형 씨를 병간호했지만, 그 또한 수급자 신분에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법적 보호자가 아니라 진형 씨 약 처방 등을 도울 수도 없었다. 그 때문에 진형 씨는 치료가 필요한데도 수개월째 약 복용을 중단한 상태다. 날이 갈수록 의식이 흐려지고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진형 씨는 당장 혈액투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월 80만원의 수급비로 입원은 꿈도 꿀 수 없다. 기저귀와 같은 생필품과 식비, 전기세만 해도 수급비 대부분이 나가는 데다 날이 추워져 보일러에 기름을 채워 넣는 데도 수십만원이 들었다.
진형 씨 친지들은 병원이나 입원 얘기를 꺼내기만 해도 돈 걱정에 역정을 내는 진형 씨를 반쯤 포기했다. 그런 진형 씨를 돕는 건 이웃뿐이다. 먹은 게 없어도 누운 자리에서 몇 번이고 속을 게워내고, 앙상한 다리로 끙끙 앓는 진형 씨를 지켜보는 이웃은 "이렇게 불쌍한 사람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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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단전 위기 공장에서 살림 걱정하는 허윤서 양에 2,338만원 전달
어머니 가출과 아버지 암 투병 이후 고모 손에서 자라며 밀린 공과금 등 빚 걱정에 마음 졸이는 허윤서 양(매일신문 11월 26일 10면 보도)에게 2천338만8천833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다우약품(윤종규) 50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덕일약품(이병규) 2만5천원 ▷김유성 5만원 ▷김은성 5만원 ▷안대용 5만원 ▷이창영 5만원 ▷방태표 2만원 ▷신종욱 2만원 ▷홍준표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권두형 1만원 ▷배상영 1만원 ▷석봉호 1만원 ▷성영아 1만원 ▷이정현 1만원 ▷서형덕 5천원 ▷김서연 2천원 ▷이장윤 2천원 ▷김리나 1천원 ▷'왕이신나의하나님' 30만원 ▷'막막할땐기부해보기' 5천원 ▷'어려운시기돕기' 5천원 ▷'돕기'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건강 문제로 직장 잃고 매일 끼니 걱정하는 박진수 씨에 2,417만원 성금
허리 협착증으로 직장을 잃은 뒤 생활고로 이혼하고 끼니 걱정에 시달리는 박진수 씨(매일신문 12월 3일 10면 보도)에게 43개 단체, 118명의 독자가 2천417만7천71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국민의힘 대구여성정치아카데미총동창회 12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상서고등학교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일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상서중학교 학생회·아틀라스윙즈 35만7천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우성약국(허창옥)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시온작명소(성병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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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신나의하나님' 30만원 ▷'34회' '경남강주경' '주님사랑' 각 10만원 ▷'건강한' 5만원 ▷'박미주(이웃사랑)' '석희석주' '힘이 들땐 기부를' 각 2만원 ▷'돕는만큼 돌아온다' '진수씨힘내세요' '힘들땐돕고복받자' '힘이 들땐 기부' 각 1만원 ▷'수민' '애독자' '어려운시기돕고복받기' '어려운시기돕고복받자' '은빈' 각 5천원 ▷'돕기' 1천원 ▷'어려운시기엔돕자' 694원 ▷'소액돕기' 2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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