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구시민 거리로…시민시국대회 개최

입력 2024-12-04 18:21:24

동성로 한복판에 모인 500여명 대구시민…"윤석열 퇴진하라"
박근혜 퇴진 후 8년 만, 촛불 사진·휴대전화 불빛 등장

4일 오후 5시 CGV대구한일 앞에서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등은
4일 오후 5시 CGV대구한일 앞에서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등은 '대구시민시국대회'를 개최했다. 500여명의 시민이 휴대전화 손전등을 키고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했다. 윤수진 기자

"대구도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한겨울 추위도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열기를 꺾지 못했다. 영상 10도가 채 되지 않는 추운 날씨에도 두꺼운 점퍼를 입은 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결의에 찬 얼굴로 휴대전화 속 촛불 사진을 들어 올렸다. 다른 볼일로 지나가던 사람들도 이따금 멈춰 서서 사진을 찍거나, 휴대폰 손전등 불빛을 흔들며 지지를 보냈다.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8년 만에 다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직에서 내려올 것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경찰 추산 500여 명의 시민들은 동성로 한복판을 메우고 "윤석열 퇴진하라"라고 소리쳤다.

4일 오후 5시 CGV대구한일 앞에서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등은 '대구시민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첫 발언에 나선 임성종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어제 이뤄진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 내란 행위고, 윤석열 대통령이 그의 가족을 지키려 한 쿠데타"라며 "탄핵도 늦고, 지금 체포 구금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경북대학교 북문에서 출정식을 진행한 경북대학교 비상시국회의도 행진을 마치고 합류했다.

경북대학교 비상시국회의 대표 이형철 교수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회에 무장 군인이 투입됐으며, 이들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기이하고 괴이하며 어이없고 황당함이 공포스러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4일 오후 5시 CGV대구한일 앞에서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등은
4일 오후 5시 CGV대구한일 앞에서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 등은 '대구시민시국대회'를 개최했다. 김지효 기자

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간밤의 비상계엄 사태를 규탄했다. 달서구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 시간이 끝나자마자 이곳을 찾았다는 박모(60)씨는 "지하철에서 내려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에도 공실이 엄청 많더라"며 "민생을 이렇게 파탄내놓고 무슨 염치로 계엄을 내리나. 대구 시민으로서 안타깝고, 화가 나서 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밤 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했다는 이모(53)씨는 "어제 당장이라도 국회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교통편이 없어 가지 못했다"며 "당장 계엄으로 경제가 망할 뻔했고, 더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었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서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시국대회를 마치고 공평네거리와 반월당네거리 등을 거쳐 2.4㎞를 행진했다. 이들은 5일 오후 5시에도 같은 장소에서 시민시국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