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대구경북 혁신기업] 방희용 희성글로벌 대표 "대구 섬유 명맥 이어가겠다"

입력 2024-12-04 18:30:00 수정 2024-12-04 18:51:38

천막서 시작해 공장으로 확장…해외 바이어 직접 만나 소통
수·출입 환경 급변 고군분투…회사 직원 항상 1순위로 챙겨

대구 성서산업단지 희성글로벌 본사. 방희용 희성글로벌 대표가 섬유 산업과 자사 사업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우태기자
대구 성서산업단지 희성글로벌 본사. 방희용 희성글로벌 대표가 섬유 산업과 자사 사업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우태기자

대구 성서산업단지 희성글로벌 본사에서 방희용 희성글로벌 대표가 섬유 산업과 자사 사업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대구 성서산업단지 희성글로벌 본사에서 방희용 희성글로벌 대표가 섬유 산업과 자사 사업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섬유 산업은 한국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경공업의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수출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경제 구조를 확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국내 섬유산업은 점차 쇠약해졌고 국내 섬유산업의 메카라는 자부심이 높았던 대구도 동력을 잃었다.

하지만 섬유 산업이 지역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현재 대구지역 내 섬유패션산업 사업체 비중은 전체 제조업의 16.6%를 차지하며 연간 부가가치는 1조3천321억원을 창출한다. 종사자 수도 2만6천397명에 이른다. 최근 대구의 기반 산업인 섬유패션산업 고도화를 위한 전략이 제시돼 기대감이 고조된다.

폴리니트 제조기업 희성글로벌은 대구 섬유산업의 명맥을 이어가며 수출로 확대에 힘쓰고 있다. 방희용 희성글로벌 대표는 지역 섬유의 재부흥을 꿈꾸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위기와 기회

방 대표는 20대 중반 젊은 나이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1986년 희성글로벌의 전신인 희성준비를 설립하고 기업 운영을 시작했다.

그는 "대구에 와서 한눈 팔지 않고 일을 배우다 보니 직접 내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섬유가 활황이던 시절이라 매출도 직원도 급격히 늘었다. 처음엔 천막을 치고 지내다 공장을 마련해 이전하면서 꿈을 키웠다"고 했다.

탄탄대로를 걷던 섬유 산업도 위기를 맞았다. 지역 경제를 지탱하던 굵직한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여파를 피하기 힘들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후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사업 아이템을 바꿔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방 대표는 "니트 산업을 새롭게 시작한 건 20년 가까이 됐다. 이집트 쪽에 바이어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놓치지 않았다. 부채를 빠르게 갚았고 생산설비에 재투자해 물량을 늘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추면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했다.

희성글로벌은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이뤘다. 부드러운 촉감을 자랑하는 고품질의 직물이 현지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타 경쟁국에 비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방 대표는 "현재 가장 큰 시장은 튀르키예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중동에도 수출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섬유가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또다른 기회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섬유 산업을 영위하는 데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뚜렷한 경쟁력을 가지면 충분히 장점이 있다. 경기 영향을 타지만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낮고 영속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뢰가 곧 경쟁력

방 대표는 직접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소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대표가 발로 뛰며 바이어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 나름의 원칙"이라며 "관계가 무너지면 거래도 지속될 수 없다. 상대가 제안을 했을 때 바로 확답을 할 수 있을 만큼 깊은 이해도와 판단력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최근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방대표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주요 수출 국가인 튀르키예로 가는 물량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지연되는 일이 잦아졌다. (바이어가) 최대한 빨리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 한시라도 빨리 분쟁이 종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또 "국내 주요 원사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원사 공급이 불안정하다. 다행히 사전에 물량을 비축해뒀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원사를 수입해서 사용하면 추후에 원산지 증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원산지 증명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직원과의 유대 관계라고 꼽았다. 방 대표는 "직원들이 항상 우선 순위 1번이다. 직원들이 나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정년이 지나고도 곁을 지켜주는 이들이 있어 든든하다. 현장을 책임지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최대한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방 대표는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힘 닿는 데까지 사업을 지속하고 싶다. 섬유 산업이 황금기가 지나고 입지가 좁아졌다는 걸 체감하지만 지역의 기반이 되는 산업을 지킨다는 자부심도 있다"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성실하고 묵묵하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