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역~한일극장 잇는 거리에 빈 귀금속 점포 7곳 넘어
금값 전년 대비 38% 넘게 올라
소비심리 위축 이어 금값 오른 것이 '쇄기'
"하루에 손님 1명 오면 다행입니다."
3일 찾은 대구 중구 교동귀금속거리. 대구역과 한일극장을 잇는 거리에는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귀금속 점포가 7곳 넘게 있었다. 문을 연 매장에도 상인들은 호객행위는커녕 허공을 응시하며 손님을 기다릴 뿐이었다. 여러 업체가 몰려있는 백화점식 매장 곳곳엔 공실이 눈에 띄었다.
불안한 국제정세 영향으로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위축된 소비심리 영향으로 귀금속거리를 찾는 손님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 상인들은 금값 상승과 함께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업계를 떠나는 이들도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3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금 한 돈(3.75g) 가격은 살 때 기준 50만9천원, 팔 때 기준 43만8천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38.3%(14만1천원)나 높은 수치다. 한국금거래소는 지정학적 위기가 계속되면서 금 수요가 증가해 국제적으로 금값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금 투자가 늘면서 금값이 올라가자 돌반지, 예물 등 귀금속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최근 여자친구와 반지를 맞췄다는 김모(28) 씨는 "처음 매장을 방문했을 땐 한 돈에 45만원 정도였는데, 열흘 후 다시 방문하니 50만원 넘게 가격이 올라 있어 순금 대신 18K 반지를 겨우 맞췄다"며 "친척 돌잔치 때 돌반지를 살 계획도 있었는데 가격을 보곤 포기했다"고 말했다.
귀금속거리 상인들은 이번 불황이 어느 때보다 타격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귀금속에 대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금값이 오른 것이 쇄기를 박았다는 것이다. 이날도 귀금속거리 매장에는 재고품을 녹여 최소한의 수익을 올리려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20년 넘게 귀금속을 판매해왔다는 이모 씨는 "아무리 경기가 어렵더라도 가게 매출을 지탱해 주는 단골손님들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매장마다 단골도 다 떠나 IMF,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얼마 전에도 옆 가게가 문을 닫았다. 금값이 올랐을 때 매장을 정리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홍재헌 대구패션주얼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일반적으로 금값이 오르면 상인들이 재고를 활용해 수익을 올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싸게 재고를 사고 싸게 팔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시세차익으로 얻는 수익은 많지 않다"며 "결국 판매 수익이 있어야 하지만 요즘엔 주말에 평일보다 더 손님이 없을 정도로 불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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