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현 W병원 병원장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1mm 혈관 이어"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입력 2024-12-03 14:03:11 수정 2024-12-03 18:55:08

'일기일회(一期一會): 1밀리미터 혈관의 희망'이란 주제로 아카데미 찾은 우 병원장
축구선수 꿈이었던 어린시절, 아버지 권유로 의사의 삶 살게 돼
정형관절 전문의만 14명…"전국에서 가장 전문적인 수지접합전문 병원"
"안면·성대 이식 등 법 장벽에 가로막힌 수술 많아 아쉬워"

우상현 W병원장이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우상현 W병원장이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일기일회(一期一會): 1밀리미터 혈관의 희망'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임경희 매일 탑 리더스 디지털국장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수지 접합 전문 병원인 W병원의 우상현 병원장이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강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이날 우 원장은 '일기일회(一期一會): 1밀리미터(㎜) 혈관의 희망'이란 주제로 접합수술 전문의로서의 일화를 풀어놓았다.

대구 서구 내당동에서 태어난 우 원장은 축구선수를 꿈꾸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한 달에 축구화를 2번씩 바꿀 정도로 축구에 열정이 넘쳤다. 그러던 그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대구대에서 특수교육 재활과학 연구를 했던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우 원장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야구 규칙을 만드시기도 했던 아버지는 장애인을 의료적으로 직접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셨다"며 "아버지가 장애인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되도록 노력해 보라며 제안하셨고 그 이후 의사가 되기로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영남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한 우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성형외과 하면 모두 미용을 위한 수술을 생각하지만 뼈와 신경, 인대, 혈관 등을 잇는 것도 성형외과 전문의가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영남대학교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접합수술을 진행했고 성공 사례도 많았다고 자부했다. 우 원장은 "손목 절단으로 손목 없이 팔과 손을 접합했던 환자는 수술 후 16년 만에 세계장애인골프대회에 나가 3위에 입상했는데, 그게 바로 이정표 선수"라고 전했다.

우상현 W병원장이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우상현 W병원장이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일기일회(一期一會): 1밀리미터 혈관의 희망'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임경희 매일 탑 리더스 디지털국장

현재 우 원장이 운영하는 W병원은 2008년부터 시작된 정형 관절 전문 병원이다. W병원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대구경북 유일의 정형 관절 전문 병원'이라고 밝힌 우 원장은 "정형외과 전문의만 14명으로 정형 관절 분야 전문의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병원"이라고 자신했다.

절단된 손가락을 접합하는 방법으로 발가락 이식술을 시도해 왔다는 우 원장은 한꺼번에 세 손가락에 발가락 세 개를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진행하고 성공하기도 했다. 그는 "관련 수술로 우수 학술 논문상만 16회를 받았고 2020년에는 미국 최고 성형외과 학회지인 PRS에서 상지 접합수술 관련 논문으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고 했다.

콩팥, 간, 심장 등 단일 조직인 신체 기관들은 이식이 가능했지만 손과 팔, 다리 등 복합 조직은 2000년대 들어 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미지의 영역이었다고 회상한 우 원장은 그만큼 장애물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장기이식법에서 지정한 장기는 신장, 간장, 췌장 등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팔, 다리 등을 이식하면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팔 이식 등이 가능해졌지만 안면 이식, 성대 이식 수술 등은 윤리적인 문제로 여전히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법이 만들어져도 대학병원에서만 가능케 하는 등 현실적인 제한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2023년 추석 연휴 6일 동안 W병원의 접합수술 건수만 193건에 이를 정도로 수술 케이스를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지식을 연구하고 다른 의사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자신한 우 원장은 "국제 학회 초청 강연을 진행하면서 지식을 나누고 발표하고 있다. 그게 임상 과학자인 의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