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원하는 모습 생각하고 사는 것과 아닌 것 차이 존재
교사는 학생이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떠올려 볼 기회 줘야
수업 첫 시간,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현재의 자기 모습, 그 차이에 대해 쓰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에 대해 써 보게 한다. 원하는 모습에는 대부분 물질적인 것을 써낸다. 건물주, 평생 써도 모자라지 않는 돈 벌기, 행복한 백수 되기 등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학생이 별로 없다.
◆내가 원하는 모습을 모르는 아이들
본인이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를 써 보라고 하면 게임을 할 때, 시험이 끝난 후, 방학식 날 등을 쓴다. 되도록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행복에 대해 써 보자고 하면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묻기도 한다.
"선생님, 지속 가능한 행복이 존재하기는 해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소소한 일상에 대해, 지금 자기 모습이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가까운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필요도 없다고 한다. 본인이 원하는 모습에 공부가 포함돼 있느냐고 하면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학생이라면 당연히 공부가 포함될 것 같은데도 말이다.
간혹 이렇게 말하는 학생도 있다.
"원하는 거요? 그딴 거 없는데요."
◆공부를 원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까?
"도대체 공부는 왜 하는 거예요?"라고 묻는 학생들이 있다. 정말 공부는 왜 해야 할까. 정말 공부는 때가 있을까. 학생들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에 공부가 있기나 할까.
심드렁한 표정으로 수업에 임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 아이는 어떤 과제가 주어져도 아무 관심도 흥미도 없었다. 성적은 기초학력 진단고사에 걸릴 정도로 바닥이었다. 그러다 1학기 기말고사 후 자투리 시간에 진행한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높은 상은 아니었지만 학생은 국어에 흥미가 생긴 듯했다.
"제가 처음에 쓴 글, 그냥 두려다 단어 몇 개 바꿨거든요. 그래서 상 탄 것 같아요."
세상에, 아무 관심 없는 애가 단어를 이리저리 바꿔 봤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자신에게 수상의 기쁨을 안겨주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때 공부의 필요를 찾았다.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저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뿌듯함. 그것을 향해가는 과정이 공부다.
등교 때부터 하교 때까지 학생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해냈음을, 해낼 수 있음을 확인하고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본인이 맡은 반 문단속을 열심히 하는 아이, 매일 급식메뉴를 정리해 반에 알리는 아이, 변경된 시간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전달하는 아이. 자신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음을 알게 되면, 특히 공부 영역에서 그 성취감을 맛보면 쉽게 공부를 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진정한 내적 동기에 의해서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다. 그 느낌이 올 때까지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옆에서 용기 북돋고 꾸준히 도와줘야
수업 후반부에 감사 일기 쓰기를 한 적이 있다. 하루를 돌아보고 감사한 것에 대해 2, 3가지 적는 것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수 있다고 알려주면 장난스레 묻는다.
"급식이 맛있어서 감사합니다, 선풍기가 바람을 보내줘서 감사합니다, 이런 것도 돼요?"
사물, 사람, 경험 등 어떤 대상에 대한 감사함이든 괜찮다고 말해준다. 하루 2, 3분의 시간으로 학생들은 감사할 일에 대해 생각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뭐든지 감사하게 바라보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집중해 바라보는 훈련을 하게 된다. 그래서 종일 있었던 일 중에 왜 하필 그 일을 썼는지에 주목하면 학생이 원하는 바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지각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지각하는 학생은 정시에 등교한 날이면 '지각하지 않아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을 적는다.
쪽지 시험을 친 날, 생각보다 잘 쳐서 감사하다는 내용을 쓴 학생이 있었다. 농땡이인데 말이다. 잘 친 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점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아는 것과 실천을 주관하는 뇌의 영역은 다르다고 한다. 이 간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글이다. 담임 반 아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담아 일기를 쓰게 한 적이 있다. 단 이 일기에는 조건이 있다. 한 번에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해서 써야 하며 반드시 고치고 싶거나 원하는 것을 이룰 의지가 있는 학생들만 쓰도록 한다.
"종일 그 생각이 들어요."
실천은 쉽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 생각이 머무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어떤 학생은 자기 단점 중 생각하지 않고 말을 내뱉어 버리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고 했고 이에 집중해 매일 일기를 썼다. 그 결과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말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어른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생각하고 사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생각하는 사람은 방황하고 있음을 알고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학생을 보면 자신이 원해서 막 나간다 생각될 때도 있지만 자기가 원하는 모습이 좋지 않은 아이는 없었고 '점수가 이게 뭐니? 그게 맞는 행동이니?'보다는 '네가 원하는 게 이거니?'가 효과적이었다. 단기간에 바뀔 수는 없다. 옆에서 꾸준히 옆구리를 찔러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원하는 거요? 그딴 거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학생에게조차 "이게 네가 원하는 네 모습이니?"라는 질문은 의미 있다. 이 질문을 통해 적어도 한 번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떠올려 볼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실전달자(조운목쌤,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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