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특별법 통과…성공 개최 위한 법·제도 마중물 생겼다

입력 2024-11-28 17:48:16 수정 2024-11-28 20:19:20

준비위원회 위원장에 국무총리…각 부처 장관 40여명 위원으로
경북도·경주시, 23개 사업에 국비 3천여억 원 건의
해운대 누리마루 APEC하우스처럼 MICE‧관광 산업 파급력 기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김석기 위원장과 시민들이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김석기 위원장과 시민들이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법' 통과를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석기 의원실 제공

내년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 근거가 마련됐다. 김석기 국회의원(경주)이 대표 발의한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지원 특별법'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 세계 24개국 정상과 기업인·외신기자 등 1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전망되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APEC의 유산을 활용한 지역의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선, 특별법 통과 이후 신속한 재정 집행과 지역을 넘어선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년 전엔 없던 특별법‧‧‧성공개최 열쇠 될까

2005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제13회 APEC 정상회의는 회원국 정상이 참석하는 국제회의로 격상된 이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행사였다. 6월 중순 개최도시로 최종 확정됐던 경주와 비교하면, 부산 APEC 정상회의는 2004년 4월 26일 개최지로 선정돼 약 2개월의 준비 기간이 더 있었다.

부산시는 APEC 개최도시로 선정된 이후, 곧장 2005년을 '부산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외국인 관광객 200만명 이상 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APEC 개최를 계기로 김해공항‧수영강변도로 확장, 도시철도 3호선 건설을 비롯해 2조3천263억원 규모의 국비지원 사업 20개를 선정하는 등 현안 사업 해결에도 적극 나섰다.

대규모 국제 행사였던 만큼 당시 부산 정치권은 국회에 지원특위를 꾸리고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특별법 제정‧통과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일부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특별법 제정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면서 끝내 소관 상임위원회인 통일외교위원회(현 외교통일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최대 451억원의 국비 지원을 당정이 합의한 상황에서 특별법 제정‧통과 등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경상북도는 특별법 통과를 통해 국회 차원 지원의 법‧제도적 기틀이 마련됐다는 점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정상회의장 진입로 정비 ▷보문단지 시설 현대화 등과 같이 지방비를 투입해 추진할 사업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된 점을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김상철 경북도 APEC 준비지원단장은 "APEC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치르는 데 있어 국회 차원의 법률적 지원을 얻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앞으로 지방 이양 사업, 전환 사업, 또 지방사업으로 분류가 돼있던 부분들의 지원 근거가 생기게 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로 예산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 포스트 APEC 위한 마중물 돼야

특별법은 APEC 개최 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하고 각 부처 장관 등 40여명을 위원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정상회의 개최 준비를 주도하게 된 셈이다.

특별법 7조에 정상회의를 위한 기반 조성 사업 외에도 회의장 인근 도시경관 조성, 관련시설 신축 및 개‧보수를 비롯해 정상회의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국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점도 고무적이다.

APEC 개최지로 선정된 지난 6월 말 기준 경북도와 경주시는 총 23개 사업에 국비 3천259억5천만원을 건의했다. 이 가운데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주요 예산은 ▷정상회의장(화백컨벤션) 리모델링 및 개‧보수 등 119억원 ▷숙박시설 정비 100억원 ▷포항‧경주공항을 비롯해 김해‧대구공항 접견실 등 시설환경 개선 예산 7억5천만원 등 300억원 수준이다.

반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는 사업은 ▷도로 개설‧확장 1천320억원 ▷주차‧편의시설 보강 및 확충 98억원 ▷도시디자인 개선 80억원 ▷APEC 전시장 건립 60억원 등이다.

다시 말해 경북도‧경주시가 국비를 건의한 사업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건 행사 이후 지역의 항구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포스트 APEC' 사업이란 의미다. 경북도‧경주시는 기념공원 조성에만 344억원을 건의했으며, 보문관광단지 개장 50주년을 기념하는 대한민국 관광역사박물관‧여행자방문센터 건립에 480억원,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센터 및 경주 MICE 레거시 등에 220억원을 건의했다.

이 같은 사업은 이번 특별법 통과에 따라 국비 지원의 길이 열리게 됐다. 경북도가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지역의 MICE‧관광 산업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 만큼 특별법 통과에 따른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 부산 APEC 정상회의 당시 주회의장이던 해운대 누리마루 APEC하우스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상철 경북도 APEC 준비지원단장은 "회의장 주변 도로 정비 사업 등을 추진하는 데 있어 국비 확보가 더욱 용이해졌다. '포스트 APEC'과 관련해서도 각종 기념사업을 법에 근거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