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발등의 불'…상속세 개편 추진 한 목소리[백년기업 가로막는 상속세]

입력 2024-11-25 18:30:00 수정 2024-11-25 20:03:45

할증 시 실제 세율 60% 육박…상속세율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아
기업 포기·조세 회피 부작용…고령 경영인 늘며 개편 더 시급해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상속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장기 존속을 보장해 고용 증대와 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백년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상속재산이 주식인 경우 '최대주주 20% 할증평가'가 적용돼 실제 상속세율은 60%에 달한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면 지분이 감소해 외부 세력의 경영권 탈취의 표적이 되거나 스스로 기업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과도한 상속세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간한 '상속세의 경제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보고서를 통해 상속세수가 10% 감소하면 장기적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0.6% 증가할 것이란 결과를 도출했다. 아울러 상속세수가 10% 감소하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장기적으로 6.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2위로(최대주주 할증 과세 시 1위)에 해당한다. 2000년 이후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캐나다·호주·스웨덴 등은 상속세를 폐지했고 장수기업이 많은 미국·독일 등은 상속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췄다.

특히 상속세 부담으로 조세 회피 시도가 활성화되는 '규제의 역설'도 나타나고 있다. 절세를 목적으로 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전국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고, 모기업의 주식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재계 안팎에서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두 상속세 개편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6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25년간 과세표준과 세율을 유지하면서 경제 주체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기업하려는 의지를 꺾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경영인의 고령화로 상속세 개편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기업 경영자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돼 60세 이상의 경영자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80%, 중견기업은 45%(전문경영인 제외시 62%), 중소기업은 34%에 달한다.

경제계는 "글로벌 추세와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제도 설계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이제 상속세는 과거의 기준에 맞춰서는 존속하기 어렵다. 새롭게 틀을 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속세가 개선된다면 지난 50년간 괄목한 성장을 이끈 기업보국 정신이 최빈국을 경제대국으로 도약시킨 것처럼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앞으로의 100년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이미 OECD 국가 중 상당수는 상속세를 없애거나 낮추는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보면 상속세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 기업들이 주가를 높이는 데 집중하지 않는 것도 결국 상속세 부담을 덜고 경영권을 방어한 영향"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K 밸류업 프로젝트'도 상속세 개편 없이는 어렵다.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돼야 혁신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