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줄줄이 발 빼는 국내 기업…어려운 중국 시장

입력 2024-11-25 13:00:19 수정 2024-11-25 13:00:40

중국 수도 베이징의 중심업무지구가 황사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중국 수도 베이징의 중심업무지구가 황사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중국 수도 베이징 도심에서 톈안먼(天安門) 광장을 잇는 중심 도로 창안제(長安街)에 중국 사업을 위한 컨트롤 타워인 LG그룹 베이징 트윈타워와 SK그룹 베이징타워가 우뚝 솟아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전 사옥을 잇달아 매각했다. 한국 대기업이 중국을 떠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과 현대, 롯데 등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고초를 겪고 중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짐을 싸는 업종은 유통, 화장품, 스마트폰부터 디스플레이, 자동차 및 부품 등 대부분 업종이 중국 공장을 팔거나 사업을 철수하고 있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현지 기업에 약 2조원에 매각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2019년 광둥성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 문을 내렸다. 한때 중국 시장을 호령하며 1위를 기록했으나, 점유율이 0% 급락했다.

현대차는 한때 중국 생산 거점이 5곳이었으나, 현재 2곳만 남았다. 베이징 1∼3공장 가운데 1공장을 2021년 매각했고, 올해 초 충칭 공장까지 처분했다. 창저우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기아도 옌청 공장 3곳 중 2곳만 운영 중이다. 10년 전만해도 10%에 달하던 현대차·기아 시장 점유율이 현재 1%로 하락했다.

유통가도 중국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현재 중국 내 마지막 사업인 청두(成都) 복합단지 개발 프로젝트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사드 사태 이후 공사가 중단됐다.

청두 프로젝트 매각이 마무리되면, 30여년 간 이어오던 중국 사업을 완전히 끝낸다.

롯데그룹은 2017년 사드로 인해 발효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한때 112개에 이르는 중국 점포를 운영하던 롯데마트는 2018년 시장에서 철수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6월 청두점 폐점을 마지막으로 중국 사업을 종료했다.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존재감은 사라져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성장했지만, 몇 년 전부터 중국 현지 업체에 밀려 헤라, 에뛰드하우스가 모두 철수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은 올해 3분기 매출이 750억원으로 42% 감소, 3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한·중 관계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이후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 중국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지난해 78% 급감한 18억7천만달러(2조6천억원)에 불과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은 정치 논리가 강한 국가다. 경제 논리만으로 중국을 파트너로 신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보수적인 관점으로 대비책을 준비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사업을 축소한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 내수 시장은 양적으로 판매 물량을 확보하던 시절은 지났다"면서 "적게 팔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