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빛 역사가 깃든 파키스탄의 보석 라호르
인더스강의 지류 라비강 좌안 인더스평원에 위치한 라호르는 옛 무굴제국의 수도였고, 파키스탄에서 가장 비옥한 펀잡지방의 주도로 인구는 1,300만 명이 넘는다. 이슬라마바드가 파키스탄의 상징적인 수도라면, 라호르는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다.
무굴제국과 시크제국의 수도여서 웅장하고 화려한 유적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라호르 요새, 세계에서 제일 큰 사원의 하나인 바드샤히 모스크, 살리마르 정원 등이 유명하다.
라호르는 1584년부터 1598년까지 아크바르의 수도였다. 그때 거대한 라호르 요새를 지었고, 12개의 문을 자랑하는 붉은 벽돌 벽으로 도시를 둘러쌌다. 자한기르(Jahangir)와 샤 자한(Shah Jahan)은 요새를 확장하고, 궁전과 무덤을 지었으며, 정원을 조성했다.
무굴제국시대에는 황족의 거처가 되면서 최성기를 맞이하여 웅장하고도 화려한 건축물이 많이 건조되었다. 시크왕국 때에는 왕도였으나, 영국령이 된 이후 펀자브주의 주도가 되었다. 서부아시아와 인도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며, 파키스탄 철도망의 요지로, 상업·금융 등 유통경제의 중심지를 이루고 있다.
면방적을 중심으로 제철·제강·제화·고무 등의 공업이 발달되어 있고, 특히 전통적인 금·은 세공은 잘 알려져 있다. 주변일대는 목화·밀·콩류·사탕수수 등 펀자브지방 농산물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의 역사적인 도시로 불리는 라호르는 번화한 식당, 잘 가꾸어진 공원으로 가득한 활기찬 도시로 구석구석에서 문화를 발산한다. 우뚝 솟은 첨탑과 화려한 외관부터 맛있는 펀자브 음식을 파는 거리 노점상에 이르기까지 국제화되고 있는 도시는 활력이 넘친다.
이런 거대하고 복잡한 역사적인 도시에 놀라운 것은 길이건, 가게건, 식당에서든 여성이 없다는 것이다. 시골에서는 논과 밭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멀리서는 보이지만, 사람을 상대로 장사하는 여성을 본 적이 없다. 여성들은 오직 집 안에서 집안 일만을 한다.
◆ 파키스탄의 랜드마크 라호르성과 바드샤히 모스크
라호르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라호르의 성벽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라호르 성(Lahore fort)과 바드샤히(Badshahi) 모스크다. 라호르성은 찬란한 무굴제국(Mughal empire)의 문명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무굴제국의 화려함과 풍요로움의 절정에 있었던 17세기에 재건되었다. 동서로424m, 남북으로340m에 이르는 거대한 성채로 샬리마르 정원과 함께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라호르 성문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정원 왼쪽이 라호르 성, 오른쪽으로 바드샤히 모스크가 자리하고 있다. 성 입구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알람기리 게이트는 파키스탄 50루피 지폐 뒷면 그림을 장식할 정도로 유명하다.
알람기리 게이트는 라호르 성으로 들어가는 정문으로, 1673년부터 1674년에 걸쳐 무굴제국의 아우랑제브에 의해 지어졌다. 거대한 아치형의 입구는 코끼리까지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이고, 입구를 통과하면 성벽을 따라 난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도록 되어 있어 효과적인 방어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거울과 보석으로 궁전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한 거울궁전이라는 뜻을 가진 쉬쉬마할(Sheesh Mahal)에는 작은 조각의 거울이 벽과 천장에 붙어 있어 라호르 성 안에서도 가장 사치스런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1631년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에 의해 지어졌다.
요새는 두 부분으로 되어있다. 첫 번째는 정문과 잘 연결된 행정 구역으로, 왕실 알현을 위한 정원이다. 두 번째는 사적이고 은폐된 주거구역으로 북쪽의 법원으로 나뉘며, 코끼리 문을 통해 접근 할 수 있다. 또한 쉬쉬마할은 넓은 침실 및 작은 정원이 있다. 외벽은 파란색 페르시아 카시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바드샤히 모스크는 인도 아그라의 타지마할과 견줄만한 아름다운 건축물로 1671년부터 1673년에 무굴황제에 의해 지어졌다. 붉은 사각형의 건물과 그 위의 얹혀진 3개의 하얀 대리석 돔이 어울려 우아하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다. 건물외부는 인도의 자이루프에서 가져온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긴 회랑으로 이어진 모스크내부는 아이보리색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문양으로 가득하다. 문양은 타일을 붙여 색깔이 화려하고 조각수법이 섬세하다. 모스크 광장은 금요일이면 수만 명이 동시에 예배를 올린다고 한다.
◆ 파키스탄의 심장을 뛰게 하는 대우 고속도로의 성공신화
이슬라마바드에서 라호르(Lahore)까지는 우리나라 대우가 건설한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1997년 대우건설은 이슬라마바드와 라호르를 연결하는 총연장 357km의 왕복 6차선 고속도로를 6년 만에 개통했다. 준공당시 한 회사가 설계와 시공한 고속도로는 세계최대규모로 공사비만 11억6천 달러로 파키스탄 실질예산의 1/4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파키스탄은 물론 서남아시아 최초의 고속도로이기도 했다. 그래서 파키스탄인들 중에는 이 도로를 대우고속도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우건설은 일부 건설비용을 고속버스사업권으로 대체하여 고속버스운영회사 대우익스프레스를 설립하여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우익스프레스는 기존 파키스탄 운수업자들의 마구잡이식 운영과 관행에 정면도전하고 철저하게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정시출발과 도착의 원칙을 지키고,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환불해 주었다. 여성승무원제도를 도입하여 여성의 사회활동을 금기시하던 이슬람 전통으로 인해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고, 탈레반에게 협박까지 받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 승무원에 대한 출퇴근과 숙박까지 책임지고, 초등학교 교사보다 2배 이상의 월급을 지급하니 오히려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테러와 강도방지를 위해 탑승 전에 승객의 사진을 찍고, 무장경비원도 탑승시켜 안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안전하고 쾌적하며 정시성이라는 대우버스의 선진적인 운송시스템은 파키스탄 운수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대우버스의 요금은 타 버스보다 2배가량 비쌈에도 불구하고 인기와 신뢰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우 익스프레스는 파키스탄의 10대 브랜드에 선정되고, 대우를 모방한 짝퉁 버스들이 늘어나 대우버스를 사칭까지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건설한 고속도로가 파키스탄 심장을 뛰게 한다. 끝도 없는 평야지대를 지나게 되자, 지금까지 다녔던 파키스탄의 북부지방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고속도로 주변을 보니 벼가 자라고, 사탕수수밭 주위로 길게 뻗은 수로가 인상적이다.
곡선구간의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사고다발 위험구간에는 승합차와 트럭은 3차선으로만 주행이 허용된다. 평소 사고가 많았기에 아예 경찰차가 앞에서 선도를 하며 속도를 통제한다. 꼬불꼬불 비포장 산길만 다니다가 제대로 된 고속도로를 달리니 딴 세상이다. 이슬라마바드 출발 5시간 만에 라호르에 도착했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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