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매출 1~3위 업체 한 새마을금고서 환전…의심 못했나

'부정유통 의혹' 1~3위 업체 모두 같은 은행서 환전
환전대행수수료 1.3%…수수료 11억7천만원 추정
인근 상인들, "누가 봐도 갑작스레 많아진 매출, 왜 의심하지 않았나"

대구 북구 팔달신시장 내 한 마늘 등 채소 유통업체가 온누리상품권을 통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부정유통을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해당 업체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900억원대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당한 매출 상위 1~3위 업체가 대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만 환전 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금고가 거액의 온누리상품권을 환전해주고 받은 환전대행수수료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주변 소상공인 사정에 밝은 금고가 아무 의심 없이 전량 환전해 준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대구 북구 원대새마을금고는 최근 경찰에 고발된 팔달신시장 업체와 부정유통 의혹을 받는 온누리상품권의 환전 거래를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소진공에 따르면 올해 은행의 온누리상품권 환전대행수수료는 1.3%다. 매출 1~3위 업체의 환전 금액을 감안하면 원대새마을금고가 지난 5개월간 이 가맹점을 통해 받은 환전대행수수료는 11억7천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인근 상인들은 비교적 가맹점 매출 등에 관해 잘 아는 새마을금고가 아무런 조치 없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온누리상품권을 전액 환전해 준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체 점주가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을 환전할 수 있는데 굳이 한 곳에서만 거래를 한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정유통된 상품권 액수와 환전 기간, 금고의 영업일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8억원이 넘는 상품권을 매일 환전하러 방문한 셈이어서다.

팔달신시장의 한 상인은 "부정유통 의혹을 받는 업체가 온누리상품권이 담긴 사과박스 대여섯개를 거의 매일 새마을금고로 가지고 날랐다고 들었다"며 "누가 봐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가져오는데, 이걸 환전해주는 은행에서 왜 의심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대새마을금고 측은 소진공이 정해준 한도 내에서 환전해줬을 뿐이고, 수개월에 걸쳐 상품권을 환전했기 때문에 특별히 이상한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원대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의 상품권을 환전하면 관련 기관 등에 보고하는 절차가 있어 이를 따랐고, 위법한 행위는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소진공 관계자는 "은행이 불법 환전에 가담했다면 자격이 정지가 되거나 행정적·법적 조치가 있을 수 있지만, 단순히 부정유통한 상품권을 환전해 줬다고 해서 죄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현재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새마을금고와 관련된 위법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