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선두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돌풍, '기량+전술+화합'의 힘

입력 2024-11-06 15:26:10 수정 2024-11-06 18:24:13

가스공사, 개막전 패배 후 6연승 질주해
더 성장한 벨란겔, 니콜슨의 귀감 역할
3점포, 쓰리가드 전술 등으로 상승 곡선
강혁 감독의 소통 능력, 팀 화합도 좋아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들이 5일 대구에서 수원 KT 소닉붐에 역전승한 뒤 코트에서 휴대전화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들이 5일 대구에서 수원 KT 소닉붐에 역전승한 뒤 코트에서 휴대전화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가 KBL 프로농구 2024-2025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6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선 데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균형 잡힌 공격 및 수비 전술, 부드러운 팀 분위기 등이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가스공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개막전에서 패배했을 뿐 이후 6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5일 안방인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강호 수원 KT 소닉붐과의 경기에서는 한때 17점 차로 뒤지다 대역전극을 연출, 82대74로 이겼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가드 샘조세프 벨란겔.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가드 샘조세프 벨란겔. KBL 제공

지난 시즌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샘조세프 벨란겔은 올해 더 성장했다. 스텝백 슛(순간적으로 뒤로 물러서 공간을 만든 뒤 슛하는 기술), 플로터(장신 수비를 넘기 위해 공을 높게 띄워 던지는 슛) 등 개인기가 더 좋아졌다. 현재 7경기 평균 15.3점(3점슛 2개) 6.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슈팅 능력이 좋은 김낙현과 앤드류 니콜슨과 함께 뛰며 동반 상승 효과가 나고 있다. 셋 다 공격력이 뛰어나 상대는 곤혹스럽다. 벨란겔이 공을 잡고 경기를 운영하면 김낙현이 슛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 니콜슨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주득점원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베테랑 포워드 앤드류 니콜슨.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베테랑 포워드 앤드류 니콜슨. KBL 제공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베테랑 니콜슨은 선수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 가스공사 선수들은 니콜슨에게서 철저한 몸 관리와 프로 정신을 배운다. 강혁 감독도 "벨란겔이 니콜슨을 보며 식단 관리,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배웠다.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신승민의 외곽포도 정교해졌다. 수비에 힘을 보태며 간간히 3점슛을 날렸는데 이번 시즌엔 슛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다. 수비 때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도 여전하다. 곽정훈, 신주영 등 수비에 힘을 쏟는 포워드들의 슈팅 실력도 늘었다. 그 덕분에 가스공사의 3점 성공률(40.1%)은 유일하게 40%를 넘는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강혁 감독. KBL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강혁 감독. KBL 제공

부임 2년 차를 맡은 강혁 감독의 전술은 팀에 잘 녹아들었다. 비시즌 동안 가드 정성우를 영입, 앞선 압박 수비를 강화했다. 정성우, 김낙현, 벨란겔을 한꺼번에 기용하는 '쓰리 가드(Three Guard)' 전술도 활용해 상대를 흔든다. 높이와 리비운드에선 열세일 수 있지만 속도와 압박은 강해진다. 최소 실점 1위(경기당 67.7점)에 오른 비결 중 하나다.

선수들과 잘 소통한다는 것도 강 감독의 장점. 전술에 대해 선수들이 내는 의견도 잘 받아주고 반영한다. 김낙현이 경기력을 빨리 끌어올릴 수 있게 먼저 출전하고 싶다고 한 걸 수락한 게 그 예다. 강 감독의 부드러움이 선수들의 사기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들이 5일 대구에서 수원 KT 소닉붐에 역전승한 뒤 코트에서 휴대전화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가스공사 SNS 제공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선수들이 5일 대구에서 수원 KT 소닉붐에 역전승한 뒤 코트에서 휴대전화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가스공사 SNS 제공

팀 분위기도 좋다. 신승민은 "코트 위의 선수들이 움직일 때 벤치에서 모두 일어나 좋아한다. 경기하는 게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며 "형들이 이끌어주면 어린 선수들이 잘 따라간다. 가족같은 분위기다. 이 정도로 잘 화합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혁 감독은 선수들을 믿는다. 선수들이 한층 단단해졌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그는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 만도 한데 잘 해주고 있다. 고맙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며 "언젠가는 진다. 다만 지더라도 연패는 하지 않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