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포럼] 한국 화물선 10일 빨리 유럽 간다…'물류 초강대국' 성장 찬스

입력 2024-11-05 17:59:14 수정 2024-11-05 20:33:33

"북극항로 개척은 선택 아닌 필수" 국내 전문가들 이구동성 외쳐
"세계 무역 패권에 새로운 전기…초강대국 진입 기회로 봐야"

5일 국회에서 열린
5일 국회에서 열린 '북극항로 거점항만 포럼'에서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이 '북극항로 시대, 포항 영일만항의 과제는?'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N컨텐츠본부 이찬민 기자

북극항로가 개발되면서 한국은 국가 성장에 매우 중요한 기회를 맞았다. 기존 서방 중심의 세계 무역 흐름이 북극항로 개발로 인해 아시아로 이동하는 대격변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북극항로 거점항만 포럼'에 참석한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의 북극항로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은 이날 기조강연에서 "북극의 해빙기가 가속화해 북극항로를 상시 운항할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지고 있다. 아시아~유럽 간의 운송거리가 약 30% 단축돼 물류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이 항로의 길목을 한국이 선점해 물류 초강대국으로 성장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아시아-유럽 간 간선 항로가 홍해사태와 수에즈 운하 '에버 기븐호' 좌초 사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점도 정부가 북극항로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현재 북극항로 화물운송은 해마다 활성화되고 있는 중이다.

2021년 북극해를 통해 유럽~아시아를 이동한 화물운송 건수는 86회로, 약 144만 톤(t)이 오갔다. 이 중 아시아 방향으로 이동한 횟수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48회나 된다.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1~8월까지 16회가 항해하는 등 국제적인 화물 운송 움직임은 주춤한 모습이지만, 러시아-중국 간의 운송은 아직도 활발한 추세다.

2023년 러-중 교역량은 2천4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으며,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올해 7월 북극해 경유 복합운송 서비스 'Arctic Express No.1'을 합작해 만드는 등 북극항로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한국을 둘러싼 강대국들은 북극항로의 중요성을 미리부터 알고 주요 거점을 선점해나가고 있다"며 "세계 무역 패권에 새로운 전기를 맞은 지금을 국가의 명운이 달린 기회로 보고 한국도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남방항로와 북극항로 비교도. 매일신문
남방항로와 북극항로 비교도. 매일신문

김민수 KMI경제전략연구본부장은 '지속가능한 북극항로 시대:현황과 전망' 발표에서 PEST(정치, 경제, 사회, 기술)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북극항로 개발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가 이날 발표한 자료(노르웨이기후재단 제공)에선 북극항로의 경제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부산~로테르담 기존 항로(수에즈운하)는 2만㎞이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거리가 1천300㎞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수로 따지만 10일이 줄어드는 셈이다.

또 부산~뉴욕 기존 항로(파나마운하)는 1만8천㎞인데 반해 북극항로를 거치면 1만3천㎞로 5천㎞가 줄고 6일의 시간이 단축된다.

그는 "주요 북극국가들이 북동항로(NSR)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어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북극항로 개발이 필수라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원 잠재력, 북극 인프라 개발을 위해서도 북극항로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존에 없던 친환경 기술, 안전한 선박 기술, AI 및 무인 기술 개발도 그동안 북극항로 개발에 리스크라고 여겼던 부분들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선율 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포항 영일만항 연계 북극항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북극항로 개발이 국가 발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며 "세계의 물류가 한국으로 몰려온다면 동해를 중심으로 항만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질 것이고, 강원·경북 유일의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도 세계적 무역항으로 금세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또 "그러기 위해선 대구·경북과 포항시 등 광역·기초기자체들도 북극항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특히 부산과 평택, 울산 등 항만처럼 포항에도 항만공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류를 발전시키려면 물류를 맡을 항만공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극권 지도. KMI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북극권 지도. KMI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