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혁신도시 10년] 대학 품은 대구 혁신도시 변화 바람

입력 2024-11-06 18:30:00 수정 2024-11-06 18:31:01

수업 열기 '후끈'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시설이면 시설, 규모면 규모, 교통까지 갖춘 대형한방병원…양방 병원 진료도 한번에

4일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간호학과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쪽지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4일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간호학과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쪽지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대학 캠퍼스가 있는 곳은 젊은이들로 붐비고, 주거지는 물론 상권도 함께 성장하며 늘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동안 병원, 문화 시설 등의 부족으로 정주 여건이 좋지 않고, 상권마저 조성 10년 만에 쇠락의 길을 걸어오던 대구혁신도시에 대학 캠퍼스와 대형병원이 들어서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거주 인구 증가와 상권 활성화가 기대된다.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및 한방병원 전경. 대구한의대 제공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및 한방병원 전경. 대구한의대 제공

◆본격 수업 들어간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지난 4일 오전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있는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캠퍼스 건물로 들어서자 이전 후 첫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강의실을 가득 채운 간호학과 학생들이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수성구에 있는 대구한의대 수성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었다. 현재 이곳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은 한의학과, 간호학과, 재활치료학부 등 총 491명이다.

내년 졸업을 앞둔 간호학과 한 4학년 학생은 "개선된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후배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혁신융합캠퍼스에서 학업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지역 기업들의 인재양성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산학연을 연계해 지역 정주형 인력양성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의료연구개발(R&D) 클러스터 내 산업체, 연구기관 및 공공기관 대상 표준 현장실습학기제를 운영한다. 아울러 대구 신서혁신도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 과제 아이템을 기획 및 수행하고 산학연 네트워크 기반 기업의 신규 아이템 기획 자문 및 산학연 연계 공동연구개발을 추진키로 해 주목된다. 특히 클러스터 내 기업들에 의료기기 분야 국제 규격인증(ISO, 인증 등) 컨설팅 자문 및 등록 지원, 기업의 해외 진출 제품의 인허가 지원도 가능해졌다.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및 한방병원 전경. 대구한의대 제공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및 한방병원 전경. 대구한의대 제공

또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의 결과물을 활용한 지식재산권(국내외 특허 출원 및 등록 등) 확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산학연 협력 네트워킹 및 채용약정형 협약기관을 확대한다. 클러스터 내 공공기관, 국책연구기관 및 산업체 등과 연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채용약정형 협약을 맺기로 했다. 최근 대구한의대 재활치료학부는 ㈜쓰리에이치와 단계별 국부적 압력을 제공하는 지압침대의 차등입력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9건의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지원 사업을 마쳤고, 현재 10건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융합캠퍼스 학생들이 인근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는 등 청년 인구 증가에 대한 기대도 높다.

대구한의대 재활치료학부 학생 이모(21) 씨는 "경산 사동에서 살다가 혁신도시와 인접한 율하역 인근으로 교실 이전에 맞춰 3일 이사했다"며 "앞으로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의대병원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하고 주거 환경도 발달한다면 그곳으로 한 번 더 이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부 2학년 전모(21) 씨는 "기숙사에 살다가 교실 이전으로 인근에서 자취를 하게 됐다"며 "2주 정도 전에 옮겼는데 교통도 차편도 이전보다 상황이 좋다 보니 좀더 학업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대구한의대한방병원 접수처 앞에 진료를 접수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대구한의대 제공
4일 대구한의대한방병원 접수처 앞에 진료를 접수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대구한의대 제공

◆시설, 교통, 규모 모두 갖춘 한방병원…세분화에 양방도 'OK'

앞서 지난달 28일 첫 시동을 건 대구한의대한방병원은 신설 병원인 만큼 최첨단 시설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환자 중심 설계가 돋보인다. 특히 입원 병실이 133병상(43실)에 달하는 데다, 의료진 등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만 200명에 달한다. 한방병원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동시에 278대의 차량도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했다.

이곳에는 지멘스(Siemens)의 MRI 3.0T와 CT 128채널, 내시경, 골밀도, 유방촬영기, 초음파, 재활치료장비 등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 진료도 전문진료센터(7개), 협진센터(5개), 특성화 진료센터(3개) 등 질환별 세분화 및 전문화를 위한 센터를 구축해 진행한다. 센터는 내과·종양센터, 중풍재활·순환신경센터, 척추관절센터, 안면마비센터, 안이비인후·피부센터, 여성소아센터, 면역심신센터 등으로 나눴다.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가정의학과 등 양방 협진 진료과도 운영한다.

대구한의대한방병원에서는 체계적인 검진 프로그램을 갖춘 건강증진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일반공단검진, 종합건강검진, 암 검진, 맞춤형 특화검진 등을 진행한다. 이곳에서는 인근 주민이나 공공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활성화 방안도 모색한다.

4일 대구한의대한방병원이 진료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붐빈다. 대구한의대 제공
4일 대구한의대한방병원이 진료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붐빈다. 대구한의대 제공

또 의과·한의과 전문의 협진을 통해 중풍 재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특히 한약 제조의 경우 정확한 용량 투입과 검수 마킹, 제조 과정을 개방하고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탕전 시스템을 갖췄다.

대구혁신도시에 대형 한방병원이 생기자 진료를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환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중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입원 치료 중인 이모(50) 씨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아픈 몸을 이끌고 입원하게 됐다"며 "몸은 아프고 불편하지만, 친절하고 다양한 조경 공간과 내부 시설이 좋다 보니 마음이라도 편하다"고 말했다.

남구 주민 신모(68)씨는 "원래 수성구 병원에 다니다가 병원 이전 소식을 듣고 바꾸기 전에 한 번은 가보자 싶어서 왔는데 시설이 너무 좋아 앞으로도 이곳에 다닐 생각"이라며 "지하철이 곧 개통되면 더 편하게 이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울산에 거주 중인 임모(71) 씨는 "아들이 혁신도시에 살고 있는데, 병원이 새롭게 생겨서 좋을 것 같다고 해 평소에 저리던 다리 치료를 위해 방문했다"며 "듣던 것처럼 시설이 좋아서 기분 좋게 치료를 받고 간다"고 말했다.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및 한방병원 전경. 대구한의대 제공
대구한의대 혁신융합캠퍼스 및 한방병원 전경. 대구한의대 제공

◆발전이 기대되는 혁신도시

대구혁신도시에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기대된다. 인근 상인들은 당장 변화를 체감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변화해 나갈 대구혁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근 한 편의점 점주는 "당장 장사가 더 잘된다고 하기엔 어렵지만, 앞으로 내원객이 늘다 보면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혁신융합캠퍼스와의 다양한 협업과 사업을 통해 발전적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한의대와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인 한 기업은 "협업을 통해 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혁신도시 성장에 보탬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홍창식 혁신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학생들이 통학을 위해 이사를 하려고 알아보러 다닌다. 혁신동 청년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상생 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